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와 있다

자꾸 해수면이 오른다

물높이를 맞추려 밥솥에 손을 담근다
잠긴 손을 바라본다

물을 조금 따라내고 다시
손을 담근다

손등이 저문다

창밖으로 한 여객기가
달의 정면을 천천히 지나고 있다

마른 행주로 달의 물기를 닦고
취사 버튼을 누른다

꺼내지 않은 젖은 손이
쌀과 함께 천천히
익어간다

<감상> 밥솥에 물높이를 맞추려면 물이 손등에 3분에 2정도쯤 올라오면 되지요. 어머니께 배운 쌀과 물의 비율을 몸으로 익힌 탓이지요. 잠긴 손을 바라보면서 바다의 해수면을 떠올리는 시인의 상상력이 매우 활달합니다. 밀물처럼 밀려온 바다를 보면서 손등이 저문다고 말하고 마른 행주로 달의 물기를 닦아내지요. 둥근 달이 밥솥이 되어 환하게 빛나고, 익은 쌀밥은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처럼 윤기가 나지요. 우리 어머니들은 노을빛도 끌어당겨 나무기둥에다 칼금으로 표시해 두었답니다. 저녁 지을 때를 해시계로 표시해 둔 셈인데, 여름과 겨울의 볕높이가 달랐어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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