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5명 유골 발견된 와룡산서 추모…대구경찰 "미제수사팀 보강"
유족들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길 희망"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마음이 몹시 무겁다. 개구리소년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증·감정해 유가족의 한을 달래도록 노력하겠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대구의 대표 장기미제사건인 ‘개구리소년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모든 첨단과학기술을 동원해 사건과 관련된 유류품을 다시 살펴보고,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의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대구지방경찰청에 지시했다.

19일 오후 민 청장은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대구 달서구 와룡산 새방골을 방문해 유가족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고 박찬인(사망 당시 10세)·김영규(11세)·우철원(13세) 군의 아버지들과 김종식(9세) 군의 삼촌 김재규 씨(57)가 민 청장 방문 소식을 듣고 새방골을 찾은 것이다.

우철원 군 아버지 우종우(71) 씨는 “내가 살아있을 때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지조차 두렵다. 사건이 해결되도록 도와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민 청장이 개구리소년 사건 현장을 방문한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화성사건처럼 미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가져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영규 군 아버지 김현도(73) 씨도 “30년 동안 못한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아이들 원혼이라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재조사에서 범인이 검거됐으면 하는 기대는 있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9일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대구 달서구 와룡산 새방골 현장 방문에서 고 김영규 군 아버지 김현도(73) 씨를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전재용 기자jjy8820@kyongbuk.com

이날 민 청장은 유가족과 경찰 관계자와 함께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현장에서 약식으로 추모식을 가졌다. 유가족 대표로 헌화를 마친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이하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은 “28년 전에는 현장에 있는 나무가 작았는데 많이 자랐다”며 “아이들이 왜 여기에 와서 묻혀야했는지,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현장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윤재옥(대구 달서을) 국회의원에게도 “개구리소년 부모는 범죄피해자 지원혜택조차 받지 못했다”며 “생계지원을 못 받았던 사람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법안과 50년, 100년이 지나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 의원은 “말씀한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유족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민 청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개구리소년 사건이 재조명받으면서 제보도 들어오고 있다. 과학기술 발달로 각종 첨단 장비들이 나온 만큼, 개구리소년 사건 유류품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작은 단서라도 찾아 법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모든 미제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나도 실체와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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