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 피해에다 곳곳 침수, 항공기·여객선도 대부분 운항 중단

제17호 태풍 ‘타파’가 제주를 강타한 22일 오후 서귀포시 중앙로터리 인근 도로에 대형 물탱크 하나가 나뒹굴고 있다. 연합
22일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제주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타파가 지나는 길목으로 이날 내내 태풍 영향을 강하게 받는 제주도, 부산·울산·경남, 전남 등 남해안 지역의 피해가 특히 크다.

제주도를 거쳐 대한해협으로 북상하는 타파가 부산 등 남부 해안가를 스치고 동해로 빠져나가는 이날 저녁∼밤사이가 가장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 중인 22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에 있는 한 2층 주택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집 안에 있던 70대 여성이 매몰돼 숨졌다. 연합
◇ 주택 무너져 1명 숨지고 날린 시설물에 시민 다쳐

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대 영향으로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린 부산에서는 21일 오후 10시 25분께 부산진구 부전동 한 2층 단독주택 기둥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1층에 살던 A(72)씨가 잔해에 깔려 9시간여 만인 22일 오전 7시 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이날 오전 9시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강풍에 넘어진 가로등에 부딪혀 상처를 입었고, 오전 9시 55분께는 수영구 한 아파트 자전거보관소 지붕이 날아가면서 행인이 머리를 다쳤다.

오전 10시 50분께 전남 목포시 석현동 한 교회 외벽 벽돌이 떨어져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오후 2시 52분께 배드민턴 축제가 열리는 전남 곡성군 한 초등학교에서는 오후 2시 52분께 체육관 통유리가 깨지면서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 가로수 쓰러지고 보트 뒤집어지고…침수 피해도 속출

태풍 ‘타파’로 전날부터 강풍을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진 제주에서는 곳곳에서 시설물 피해가 났다.

제주 시가지 신호등이 부러지거나 전신주가 기울었고 곳곳에서 가로수가 쓰러졌다.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 추자면 신양항에서는 정박 중인 레저 보트가 1척씩 전복됐다.

부산에서는 사하구 감천동 한 주택에서 길이 15m 축대벽이 강풍에 넘어졌고 남구 우암동 한 재개발구역에서 토사가 유출됐다.

전남에서는 구례군 광의면 농수로 둑이 터져 인근 주택이 잠겼다.

울산 북구 명촌동에서는 현대차 울산공장 외곽 담 일부가 무너졌고, 북구 신현동 무룡터널 진입로에는 토사가 일부 유출돼 복구 중이다.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고 있는 22일 오후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등 배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있다. 연합
울산시 중구 우정동 빌라 외벽 마감재(드라이비트)가 추락해 아래에 주차된 차량 3대가 부서졌다.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는 요트 2척이 강풍에 백사장까지 떠밀려왔다.

경남 시·군에서도 가로수가 도로나 주택가로 넘어지고 공장 자재, 간판이 날리거나 집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창원시 진해구 충무동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도로로, 성산구에서는 옥상 물탱크가 마당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제주, 부산, 광주·전남 등에서는 오전 중 1천400가구에 전기가 나갔다 복구됐다.

태풍 영향이 비교적 덜한 대전·충남지역에서도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간판이 흔들리는 등 피해 신고가 계속 들어오는 등 시간이 갈수록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 하늘길·바닷길 일제히 멈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제주공항 등 전국 9개 공항에서 항공기가 일제히 결항했고 연안여객선 87개 항로, 123척이 멈춘 것으로 파악했다.

한라산·지리산·한려해상·다도해 해상 등 전국 15개 국립공원도 탐방객 안전을 우려해 입산이나 탐방을 중단했다.

부산시 강서구와 경남 거제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인 거가대교는 오전 11시부터, 전남 신안군 섬을 연결하는 천사대교는 오후 2시부터 차량 운행을 제한했다.

울산에서는 북구 아산로, 명촌지하차도 등 도로 곳곳이 침수돼 당국이 차량을 통제하고 복구 중이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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