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의 역사 지우기가 중국의 문화혁명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모택동의 급진 계급혁명에 맹목적으로 동조한 홍위병처럼 구미시가 전 시대의 업적을 지우거나 경시하고 있다. 문화대혁명이 증오와 복수심을 짙게 남겼듯이 구미가 시민 간의 씻어내기 어려운 갈등과 깊은 상처를 만들고 있다.

구미시가 구미공단(현 구미국가산업단지) 50주년을 기념해 홍보 영상을 만들었는데 정작 구미 공단을 있게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쏙 빼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시켰다. 박 전 대통령 뿐 아니라 좌파 대통령 외의 보수 쪽 대통령의 모습 또한 찾아 볼 수 없다.

구미시가 두 차례의 시연회를 갖고도 영상제작자의 실수라 얼버무리지만 이는 박정희 지우기, 나아가 보수 진영 전 정권 업적 지우기로 밖에 볼 수 없다. 구미시가 6분짜리 영상을 지난 18일 구미코에서 열린 구미공단 50주년 행사장에서 틀었다. 이 영상에는 구미4공단 기공식에 참석한 김 전 대통령, 수출 200억 달러 달성 기념식 참석 노 전 대통령, 올해 구미형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에 분개한 김찬영 자유한국당 중앙당 지방자치위원은 구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그는 “구미공단을 기록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빼놓을 수 있나”면서 “구미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구미시의 ‘박정희 지우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를 빼고 구미근현대사박물관이나 구미공영박물관으로 하겠다고 해 말썽을 빚었다. 이 자료관에는 박정희 대통령 관련 유품이 5670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이름을 빼버리려 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구미시는 마지못해 ‘박정희유물전시관’으로 결정했다. 이뿐 아니라 40년 간 구미시 직제에 있었던 ‘새마을과’도 폐지하려 했다가 문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존치키로 해 폐지를 면했다.

하지만 구미시의 박정희와 새마을 등 근현대사의 핵심 역사 지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지난해 10월 박정희 대통령 추모제에도 불참했다. 구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 해도 구미시의 왜곡되고 편협한 역사인식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10월에는 구미시민들이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2명과 우파의원 2명의 이름을 일일이 써넣어 ‘박정희 대통령과 새마을운동 흔적 지우기를 막아주십시오’라 호소했을 정도다.

장 시장은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지만 장 시장 취임 이후 구미공단 ‘사이비 홍보영상’ 문제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시장의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 구미시는 박정희 흔적 지우기와 역사 왜곡을 그만 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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