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새경북포럼, 이동필 전 농림식품수산부 장관 주제 강연

20일 경북 안동시 성곡동 권태호기념음악관에서 경북일보 주관으로 2019 새경북포럼이 열렸다. 이날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방 소멸과 농촌살리기’를 주제로 강의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이동필 전 농림식품수산부 장관은 20일 안동 권태호음악관에서 열린 2019새경북포럼에서 “개방화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 붕괴와 지방소멸에 대해 국가와 지방, 심지어 주민들까지도 진짜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동필 전 장관의 주제강연 요약.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2013년 75곳이던 소멸위험 시·군이 5년 사이 89곳으로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농촌 실상은 참담하다.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없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아니면 농사를 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농촌에 사는 농민들의 삶 터만 없어지는 게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농촌을 살리고 인구 감소를 막아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이란 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고령화와 가임여성 유출로 지방이 소멸하고 도쿄로 몰려든 인구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해 2060년 인구가 8600만 명으로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농촌에 살다 보면 이런 파멸 경고음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농촌이 무너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인구를 늘리려는 의욕은 크다. 하지만 안정된 재원과 역량으로 가시화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인구나 경제는 물과 같아서 한 곳에 우물을 깊게 파면 다른 곳의 물도 그쪽으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최근 발표된 3기 수도권 신도시 건설 등 수도권 개발 구상과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수도권에 크고 깊은 우물을 파면 지방은 아무리 노력해봤자 효과가 날 수 없다. 결국 수도권 때문이다.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에도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은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29위에 불과하다. 농촌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보건복지, 교육여건, 경제활동·일자리, 문화여가, 환경·경관 등 농어촌 서비스 기준 전 분야에 걸친 실태와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의 농촌은 지역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문화복지와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압축도시로 개발해야 한다. 지역이 가진 자원을 기초로 특색 있는 산업을 육성해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읍·면 소재지에 수준 높은 공공서비스와 생활편의, 문화복지 시설을 제공하고 배후지 마을을 연결해서 주민들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을 통해 지자체의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지역개발에 대한 재량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농업은 힘들고 돈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바꿔주는 게 중요하다. 우리 농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체질개선과 융·복합화를 통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관광농업, 체험농업, 치유농업까지 생겨났다.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기회를 제공하고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전문기술을 가진 농기업 경영자가 미래 농업을 짊어지고 갈 것이다.

사과 주산지인 청송·의성·안동지역의 부가가치를 한곳에 모으는 ‘사과의 길(Apple Valley)’조성을 제안해 본다. 개방화와 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농촌 붕괴 위기,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과 지역만이 살아남는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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