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예정됐던 ‘제13회 달서 하프마라톤’ 대회가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되자 일부 참가자들이 인도에서 마라톤을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김태형 구의원 제공
대구 달서구청이 예정됐던 마라톤대회를 당일 취소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전날 대구에 내려와 숙박을 하거나 새벽 교통편을 예약했던 참가자들은 대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취소를 결정한 주최 측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2일 달서구청에 따르면, ‘제13회 달서 하프마라톤 대회’는 이날 오전 8시 30분 성서산업단지 내 호림강나루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전국 마라톤동호인과 지역주민 등 6000여 명이 참가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대회 전날 제17호 태풍 ‘타파 (TAPAH)’의 영향으로 강풍 주의보가 발효되면서 달서구청은 마라톤대회는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대회 당일 새벽에 긴급공지를 띄우는 등 참가 예정자들에게 대회 취소를 알렸다.

참가 예정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태풍 영향으로 대회 취소를 우려한 참가자들이 수일 전부터 달서구청으로 개최 여부를 문의했음에도 강행 의지를 드러낸 달서구청이 대회를 불과 5∼6시간 앞두고 취소 결정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참가 예정자들은 ‘다들 자는 새벽에 취소, 어이없다’,‘최소 전날 저녁에는 공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참 빨리도 취소 문자 보내준다’ 등 주최 측의 뒤늦은 취소 결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또 ‘멀리서 오는 다른 지역 참가자들에게 죄송하지 않느냐’, ‘새벽에 문자 보내면서 죄송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냐’는 등 주최 특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우천 시에도 마라톤대회 진행한다는 달서구청의 공지에도 비난이 쇄도했다. ‘태풍이 오는데 대회를 진행하겠다는 굳은 의지 대단하다. 당신들 자식이 뛴다고 해도 강행하나’, ‘참가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달서 하프마라톤대회, 앞으로 참여하지 않겠다’, ‘안전불감증 달서구청’ 등 주최 측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특히 대구 시청 신청사 유치 홍보에 과도하게 매달린 결과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시민들이 함께 즐기기 위한 스포츠 축제로서의 마라톤 행사인지, 아니면 행사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 앞에서 신청사 유치를 위해 ‘신청사’라는 구청장의 구호 선창을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2일 예정됐던 ‘제13회 달서 하프마라톤’ 대회가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이날 달서구청이 마라톤 구간에 내건 마라톤 대회 현수막에는 대구시청 신청사 유치를 염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태형 구의원 제공
달서구의회 김태형(더불어민주당, 성당·두류1·2·3·감삼동) 의원은 “현장에 가보니 애꿎은 달서구청 직원들이 비를 맞으며 시설을 철거하고 있고, 1박 2일 일정으로 지역을 찾은 마라토너 50여 명은 숙박과 준비한 음식이 아까워 인도로 뛰었다”며 “달서구청의 괘씸한 행정에 대한 지적과 달서구체육회에서 받은 보조금, 참가비를 반환하는지 확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서구청은 뒤늦은 취소 결정에 따른 사과와 참가비 환불 등 적합한 행정처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기상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신속한 대응으로 대회개최 여부를 일찍 결정했어야 했는데, 뒤늦은 취소 결정에 혼선을 안겨 죄송하다”며 “실망한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필요한 행정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달서 하프마라톤대회는 지난 5월 15일부터 8월 23일까지 하프 종목에 1037명, 10㎞ 1962명, 5㎞ 3586명 등 총 6585명이 신청을 마쳤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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