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사청문회 제도 고쳐야 한다
[특별기고] 인사청문회 제도 고쳐야 한다
  • 이양호 경북대 초빙교수 전)농촌진흥청장
  • 승인 2019년 09월 25일 16시 3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6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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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경북대 초빙교수 전)농촌진흥청장
이양호 경북대 초빙교수 전)농촌진흥청장

지난 한 달여 동안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국민들에게 남겨준 것은 허탈감과 실망감뿐이다. 이러한 경우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왜 우리는 국정을 수행할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는데 이렇게 혼란스럽고 많은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지불해야 하는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정책 수행 능력과 자질, 준법정신, 도덕성 등을 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루빨리 개선하든지 폐지하는 것이 낫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보다 철저하게 고위 공직 후보자를 검정하고, 검정 결과를 임명 여부에 반영하는 개선이 절실하다.

우리의 인사청문회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따 온 것이다. 미국은 우리 국회의 단원제와는 달리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 국가다. 고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권한은 상원에만 있다. 미국 상원은 장관, 차관 등 고위 정책 담당자는 물론이고 각국 대사 등 외교사절, 군 주요 책임자, 정부 기관의 고위 인사, 연방법원 판사 등 1,100개가 넘는 공직에 대한 인사 청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60여 개 직위보다 20배 가까이 많다. 일례로 서울로 부임하는 주한미국대사도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서 부임한다.

필자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한국대사관에 근무할 때 미국 농무장관을 비롯하여 여러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참관한 적이 있다. 미국 상원의 인사청문회는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 서너 시간이면 끝난다. 주로 정책 수행 능력과 정책 방향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한다.

도덕성 같은 개인적인 자질에 대해서는 이미 백악관과 국세청, 연방수사국(FBI) 등 관련기관이 제공한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는 거의 질문하지 않는다. 미국의 인사 검정은 철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정에는 모든 정부기관이 동원된다. 이렇게 검정된 자료는 상원의 인사 청문위원들에게 비공개로 제공되어 공유한다.

미국도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권한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고 보고서만 송부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은 상원에서 청문회를 한 후 표결로 인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원에서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거나 청문회를 개최했더라도 표결에서 부결된 경우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문회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청문회 후 보고서를 채택할 것이냐 말 것이냐, 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왜 임명하느냐 등으로 논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비공개로 하는 도덕성 검정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이 지명하지도 않고 설사 지명하더라도 청문회 자체를 열지 않는다. 미국은 우리와는 달리 청문회 개최 여부는 기한에 관계없이 전적으로 상원에 달려 있다.

미국은 고위 공직자 1100여 명에 달하는 많은 직위에 대해 청문회를 하지만 우리처럼 국력을 낭비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의 인사청문회 제도도 미국처럼 고쳐야 한다. 우리도 인준 여부를 표결로 종결하고, 검정자료를 청문위원들과 공유해서 철저한 검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청년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미·중 무역 분쟁, 한일 무역마찰 등 우리를 둘러싼 산적한 현안에 매진하기에도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와 임명 여부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막대한 비용을 치르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국격(國格)을 깎아내리는 현재의 국회 인사청문회제도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그래야 국론 분열을 막고 국민 모두가 화합 단결하여 국가 발전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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