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면 하나로 모아 예수 열두 제자 표현

지난 5월 계명대 동산병원 1층에 설치된 세족상이 환자와 방문객 등으로부터 입소문이 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계명대.
의자에 앉아 오른발을 내민 그는 다소 거만해 보이면서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무릎 꿇고 그 발을 정성스레 씻는 이는 측은한 표정이었다. 궁핍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잘 생겼다는 표현이 들어맞는 얼굴이다. 가로 5m, 세로 3m 크기의 편편한 돌판에 입체적으로 새긴 예수와 제자 베드로의 모습이다. ‘세족상’이다. 환자복을 입고 부조 작품을 뚫어지게 보던 이는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더니 예수의 오른손을 몰래 슬쩍 만졌다. “축복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이었다.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옆에 새롭게 문을 연 계명대 동산병원 1층 로비에 지난 5월 들어선 세족상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20년 전 제중원으로 시작한 동산병원의 이념인 ‘섬김’과 ‘치유’를 담았다. 크기가 다른 12개의 면을 하나로 모았는데, 예수의 열두 제자를 표현했다. 계명대 정문 앞 12개 기둥과도 일맥상통한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평소 기념품으로 갖고 있던 작은 세족상을 동산병원에 구현한 셈”이라면서 “아픈 이를 치유해주는 손길, 섬김의 공동체 정신을 새겨넣었다”고 설명했다.

세족상에 담긴 예수의 얼굴도 인상적이다. 수년 전 우즈베키스탄의 서양화가인 자랄로프 계명대 초빙교수가 임종 직전 예수의 얼굴을 예쁘고 화려하게 표현해 대학교회인 ‘아담스채플’에 걸었는데, 매우 잘 생긴 그 예수의 얼굴이 세족상의 예수와 똑 닮아있다. 박문희 동산병원 홍보팀장은 “예수의 표정에 집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세히 뜯어보면 예수와 베드로의 표정과 손, 발, 근육과 힘줄 등이 실물 느낌이 날 정도로 섬세하다”고 설명했다.

미켈란젤로 석산이 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루카 현에 있는 인구 2만4800명의 작은 도시 피에트라산타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석공’ 니꼴라 스타케티가 조각했다. 우리로 치면 인간문화재급이다. 재료도 특별하다. 천재적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다비드상에 쓰인 흰색 대리석인 ‘비안코 까라라’를 그대로 가져왔다. 피에트라산타에 있는 미켈란젤로 석산에서 나온 돌이다. 세족상을 만들 때 사용한 석고 원본 1개는 계명대 행소박물관, 나머지 1개는 피에트라산타에 있는 산 마르티노 대성당 박물관에 영구 보존한다.

김권배 동산의료원장은 “4월 15일 새롭게 문을 연 계명대 동산병원의 20층짜리 병동부 건물은 마치 기도하는 손의 모습과도 같은데, 세족상 또한 치유의 상징으로 맞닿아 있어서 지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인술로 그 정신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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