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양쯔강의 가마우지와 같다. 목줄(일본 부품·소재 산업)에 묶여 물고기(완제품)를 잡아도 주인(일본)에게 바치는 구조다.”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小室直樹)가 ‘한국의 붕괴’ 란 책에서 쓴 말이다.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 의존해 만성적인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 했다.

‘가마우지 경제’는 어부가 가마우지의 목 아랫부분을 끈으로 묶은 뒤 목에 걸린 물고기를 빼내 가로채는 것과 비슷한 경제 구조를 말한다. 고무로의 비유는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무역보복을 강행하면서 큰 화제였다.

‘가마우지 경제론’은 국가 간 뿐 아니라 지역 간에도 적용 가능할 것 같다. 경북의 경우 대구에 경제적 이득을 고스란히 바치는 ‘낙동강 가마우지’ 꼴이다. 외지 사람들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도대체 변변한 생산 공장 하나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유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 같은 의문은 ‘낙동강 가마우지론’으로 풀린다.

대구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꼴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구의 GRDP가 2231만 원 이었다. 이에 비해 경북은 17개 광역시 가운데 4위로 대구보다 배에 가까운 4113만 원이나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소득은 대구가 17개 광역도시 가운데 7위로 상위인데 비해 경북은 15위로 최하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대구시민의 소득 대부분을 경북에서 가져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2017년 기준 대구의 역외유입소득을 분석했다. 임금 등 근로소득이 가장 많은 5조 8000억 원(55.6%), 재산소득이 2조 9000억 원(28.1%)이었다. 대구의 역외유입 소득이 모두 80%가 넘었다. 이 역외유입소득의 거의 대부분이 경북에서 유입된다. 생활은 교육과 의료, 문화 등 정주 여건이 좋은 대구에 하면서 경북에서 돈을 벌어가는 구조다. 경북도청이 2016년 2월 대구시에서 안동·예천으로 이전했지만 경북은 대구에 고기를 잡아 바치는 ‘낙동강 가마우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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