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확산에 8월 4째주 일본 여객 수 7056명…67.4% 급감
에어부산·티웨이항공 등 日 노선 철수…중국·동남아 대체 물색

대구국제공항 항공사들이 이중고를 앓고 있다. 한·일갈등으로 촉발된 ‘NO 재팬’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행 비수기인 동계시즌까지 맞이해서다. 동계항공운항일정을 조율하던 항공사들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국제노선 운항을 포기하거나 대체노선을 찾아 동남아와 중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5일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휴가철인 지난 7∼8월 대구공항에서 해외를 오간 항공편은 총 3612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2425대)에 비해 무려 48.9% 증가했다.

여객 수는 항공편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37만1209명에서 올해 48만9943명으로 3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수출규제조치를 취함에 따라 ‘NO 재팬’ 운동이 국내에 확산하면서 대구공항 주력 노선인 일본 노선 여객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수출규제조치를 시작한 올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대구공항 일본노선 현황을 살펴보면, 항공편은 총 159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205대)보다 32.1% 증가했다. 하지만 여객 수는 17만1088명으로 지난해(18만4445명)보다 7.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7월 첫째 주, 일본 여객 수는 2만1696명을 기록했으나 일본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8월 넷째 주에는 7056명으로 67.4% 대폭 감소했다.

추석 연휴에도 일본을 향한 발길이 대폭 줄었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여객 수는 5791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9월 22∼26일) 1만4171명보다 무려 59.1% 줄었다. 오사카 노선 여객이 5641명에서 1082명으로 80.8% 급감했고, 오키나와(-59.6%)와 후쿠오카(-58.1%) 노선을 비롯해 도쿄 나리타(-15.7%) 노선 여객 또한 크게 줄었다.

앞서 일본 노선 취항에 주력했던 항공사들은 여객 감소 폭이 커지자 경영난을 우려,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노선 재신설·증설 시 국토교통부로부터 허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는 절차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앞서 대구공항에서 10개의 정기노선(국제선 9개, 국내선 1개)을 운항하던 에어부산은 정기노선을 3개까지 줄인다. 일본을 오가는 5개 노선 가운데 후쿠오카 노선을 제외한 4개 노선은 지난 1일 동시에 철수했고, 다음 달 27일부터 중국과 동남아 4개 노선 중 대만 타이베이 야간 노선을 제외한 3개 노선 운항도 중단하기로 했다. 대구와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은 그대로 운항할 예정이다.

대구공항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노선을 취항한 티웨이항공도 일본 노선을 철수하고, 동남아와 중국 노선 운항으로 비수기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8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삿포로, 후쿠오카, 오키나와, 구마모토 노선 4개를 차례로 중단하고, 다음 달 10일부터 장자제 노선과 같은 달 27일부터 보라카이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운수권을 배부받은 중국 연길 노선 취항도 준비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대구공항은 일본 노선 포화로 여객 수가 감소세였는데, 여기에 NO 재팬 운동, 비수기까지 겹친 실정이다”며 “동계일정을 짜는 대부분 항공사가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객 수 급감에 따라 일본노선이 감소하고 있지만, 동계 전체 항공편 수는 하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대구공항뿐만 아니라 전국 공항의 일본 여객이 급감한 실정이어서 일본 노선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일본 노선 감축 여파로 동계 항공편이 소폭 줄어들겠지만, 이달 항공편 현황을 살펴봤을 때 전체 항공편 수는 크게 줄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은 공항공사가 관리·운영하는 7개 국제공항에서 일본노선 비중이 40%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의 일본노선 비중이 21.9%인 것을 고려하면 지방공항은 일본노선 비중이 커 여행 불매로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일본 여객이 연평균 15.8% 증가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일본 여객 감소는 매우 큰 폭이고, 일본노선에 편중된 지방국제공항은 이 같은 위기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현재 위기를 단계별로 구분해 적합한 단기대응방안을 찾고,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노선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대체시장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공항 일본 여객 수는 항공편 신설·증편과 함께 꾸준히 늘었다. 2015년 항공편 539대·여객 수 6만168명에서 2016년 1506대·22만5288명, 2017년 6223편·90만7976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총 7030편의 항공기에 106만9695명의 여객이 몸을 실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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