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적대관계 종식-對北 관계전환’ 한미 공감대…‘실무협상 조만간 재개’ 전망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은 이번이 9번째이다. 연합
한국과 미국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 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transform)’ 하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함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70년 적대관계 종식’ 이라는 문구가 청와대 공식 발표에 포함된 만큼 이후 한미의 대북정책 기조가 북한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진전시키는 쪽으로 무게추를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1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두고 청와대 내에서도 ‘잘 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24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최근 북미대화가 제 궤도에 오를 조짐이 감지되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의 이런 기조 변화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김 위원장의 전격 방문 가능성도 동시에 커진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서 국정원은 지난 서훈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부산 방남 가능성에 대해 “비핵화 협상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부산에 오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국정원이 사실상의 공개석상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데에는 근거가 없지 않으리라는 판단과 함께, 현재 북미대화나 남북관계가 흘러가는 양상을 봐도 방남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 내의 기류인 셈이다.

특히 청와대 내에서는 이 같은 중대한 시점에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지고, 그 결과 로 한국 측 발표문에 ‘대북관계 전환, 미국 측의 문건에는 ’transform‘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후 발표문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서는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이를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관계 전환‘을 나타내는 단어로 ’transform‘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에서는 미국에서도 ’관계 개선(improve)‘이 아닌 ’transform‘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자체가 대북 관계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한미 간 공감대를 드러내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청와대는 또 한미 정상이 ’무력공격 금지‘, ’싱가포르 합의 원칙 존중‘ 등의 메시지를 북측에 발신하면서 북미대화에 동력을 공급했다는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발언 중 “북한에 대한 행동(action)을 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은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자, 행동이 아닌 협상을 통한 해결 원칙을 명시한 것이라고 청와대에서는 바라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안을 두고 남북 간 실질적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 방남에 대한 기대는 아직 실체는 없는 낙관적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최근 한반도의 외교·안보 흐름에는 낙관적 요소가 더 크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서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2∼3주 안에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고, 청와대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조만간 실무협상이 이뤄지리라고 내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 위원장 등 세 정상간 신뢰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이 하노이 핵 담판 결렬 후 미국에 ’새 계산법‘을 들고나와야 한다고 요구한 상황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론‘을 거론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남북미 정상이 비핵화의 최종단계(엔드 스테이트)와 관련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봐도 세 정상의 ’케미스트리‘는 좋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판단이다.

또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되, 힘이 뒷받침하는 평화를 추구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독트린‘을 천명했다는 점도 청와대가 초점을 맞추는 포인트다.

나아가 이런 원칙이 이번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구상‘이라는 액션 플랜으로 구체화했다는 점 등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순항을 알리는 신호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등 국제사회 참여 없이는 평화정착 노력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유엔총회 무대를 통해 호응을 받아냈다는 것은 큰 성과라는 것이다.

백악관이 “한미 정상이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서의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한편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할 정도로 한미 동맹이 견고함을 확인했다는 점, 한반도 문제를 넘어 국제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한 점 등도 방미의 긍정적 성과라고 청와대는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불과 2주 전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흐름을 살펴본 뒤, 한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까지 보고서 추석 당일(13일)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급하게 참석을 결정했음에도 19개국에서 양자회담 신청이 쇄도할 정도로 한반도 문제가 큰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문 대통령과 뒷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가장 마지막시간으로 회담일정을 잡았다”는 말을 했다고 고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대면하지 않는 등 이번 회담에서 한일관계에서는 별다른 진전사항이 드러나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일본 관련한 언급은 없었고, 미국 측에서 한미일 정상 회동 제의도 없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 협상에 열린 태도로 물밑 접촉을 하고 있지만 일본의 태도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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