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세포(좌) 및 복제 스트레스 세포(중)의 유사분열 방추(녹색)와 염색체(붉은색).[UNIGE 파크리크 메랄디 제공]

하나의 세포가 두 개의 딸세포(daughter cells)로 분열하려면 매우 구체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DNA를 복제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장애 요소를 가진 암세포는 이 작업에 차질을 빚어, DNA 복제가 느려지고 복제 효율성도 떨어진다.

흔히 이런 현상을 ‘복제 스트레스(replication stress)’라고 한다. 암세포에 많이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복제 스트레스가 연관돼 있다는 설이 있으나 복제 스트레스의 작동 메커니즘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딸 암세포의 염색체 수가 정상보다 많거나 적게 되는 데 복제 스트레스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스위스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복제 스트레스로 생긴 염색체 수 이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도 알아냈다.

스위스 제네바대(UNIGE) 의대의 파트리크 메랄디 세포 생리학·물질대사과 부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25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링크[https://www.eurekalert.org])에 따르면 정상적인 활동 주기(life cycle)를 따르는 세포는, DNA 복제에 필요한 요소(building blocks)가 모두 갖춰졌을 때 유전정보가 담긴 염색체를 복제한다.

DNA 복제가 완료되면 세포는 유사분열(mitosis)에 들어가는데, 이때 유사분열 방추(spindle)가 형성된다. 복제된 두 개의 DNA 가닥이 이 방추 안에서 분리돼야 두 딸세포가 동일한 숫자의 염색체를 받는다.

메랄디 교수는 “염색체 배분에 오류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유사분열 방추에 두 개의 기둥이 생긴다”라면서 “이 양극화 현상은 양쪽 딸세포가 유전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복제 스트레스는, 너무 많으면 세포에 해로운 특정 단백질 때문에 생긴다. 일례로 사이클린 E(cyclin E ) 단백질은 세포 분열 시 DNA 조절에 관여하지만, 과도히 발현하면 암세포의 발달을 촉진한다.

이 단백질의 영향을 받는 암세포는, DNA 합성에 필요한 요소가 완비되기 전에 서둘러 복제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연구팀은 DNA 복제를 늦추는 화합물을 건강한 인간 세포에 투여해 복제 스트레스를 유도했다. 그랬더니 변형된 구조의 유사분열 방추가 생겼다. 기둥 두 개가 정상인데 세 개 또는 네 개가 형성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포는 정상 수치를 초과한 기둥을 스스로 제거할 수 있지만, 염색체와 유사분열 방추 간의 결합 오류를 회피할 만큼 속도가 빠르진 않다.

결국 이런 결합 오류가 염색체의 이상 분배로 이어지면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암세포의 발달이 시작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DNA 복제에 필요한데 미처 갖춰지지 않았던 요소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복제 스트레스 이상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보고서의 공동 제1 저자인 ‘메랄디 랩(실험실)’의 아나-마리아 올치르슈키 연구원은 “모든 암과 전암(precancerous) 세포에서 나타나는 이 현상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이번에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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