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아침시단] 갈급에게
[아침시단] 갈급에게
  • 이병률
  • 승인 2019년 09월 26일 17시 4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7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산에는 절벽이 있다
그 절벽 끝에 사원이 있다
그 사원 안에는 기도실이 하나

그 안에서 절대 자기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서는 절대 자신을 들여다보거나 갈구해서는 안 된다
나를 위해서는 안 된다
나를 제외한 기도만을 허락한다

그것이 막막하여 숨을 쉬는 것조차
당신을 떠올리는 것조차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해주는 방에서

촛불을 켰다
세상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감상> 목이 마르듯 몹시 바라는 마음을 가리켜 갈급(渴急)이라 한다. 갈급한 마음을 지닌 인간은 신을 믿고 기도할 사원을 찾는다. 그 사원은 절벽 끝에 자리 잡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벼랑 끝에 세우라고 말을 건넨다. 하지만 인간을 자신의 소망과 이익을 위해 갈구하고 기도한다. 기도로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하나를 얻으려 매일, 혹은 주일마다 사원을 찾아갈 것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착취하며 이를 신의 축복이라 여긴다. 나를 제외한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남을 잘되게 기도하는 이는 촛불과 같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반면에,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이는 세상이 자신을 밝혀주기를 바란다. <시인 손창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