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의 세상이야기] 침묵의 대가는 무엇을 남기나
[유천의 세상이야기] 침묵의 대가는 무엇을 남기나
  •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 승인 2019년 09월 26일 16시 03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9월 27일 금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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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조국 법무부 장관과 일가족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현재 상황대로면 이번 주 중에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가 소환되고 다음 주 중으로 조 장관에게도 검찰의 소환통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사상 초유로 서울 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수사를 받기 위해 소환된 법무장관이 서게 되는 모습을 볼 것 같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가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 50일째 대한민국이 조국사태로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들은 조국 대 반조국 진영으로 쪼개지고 여야는 ‘조국 지키기’와 ‘조국 사퇴’의 정면충돌로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됐다.

이제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장관이 대척점에 섰다.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배경으로 한 조 장관과 검찰을 배수진으로 친 윤 총장의 일전(一戰)에 이 나라 명운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가 됐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국감장에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강직한 무골의 모습을 보인 윤 총장의 이 발언을 당시 서울대 교수인 조국은 자신의 트위터에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크게 공감한 심정의 글을 올렸었다. 이제 공감했던 그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조 장관 자신과 그의 가족, 일가, 측근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로 운명의 희비를 맞게 됐다.

곧 드러날 거짓말도 얼굴색 한번 변함없이 번지르르 한 말로 순간을 모면하는 조 장관의 위장술은 가히 노벨상감이다. 위선의 달인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의 조 장관이 많은 의혹이 드러난대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며 조국씨를 법무장관에 앉혔다. 그 후 조장관 일가의 비위 사실이 하나둘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고 있다. 조 장관의 딸이 인턴 활동을 했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공문을 통해 “인턴 5일 만에 그만뒀고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조장관은 국회인사청문회서 ”딸은 2주간 인턴활동을 했고 한주는 해외봉사차 양해를 얻었다“고 했었다. 딸은 부산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때 자기소개서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3주간 인턴활동을 했다”고 적었다. 부녀가 거짓말을 했고 인턴증명서가 조작됐음을 국가기관이 확인했다. 조장관 딸과 아들의 서울대 법대 인턴 증명서 조작 여부도 검찰 수사로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 딸이 동양대서 받았다는 총장 표창장도 조작된 것으로 검찰은 PC 분석 등을 통해 결론을 내린 상태다. 조장관이 청문회 직전 급하게 만든 것으로 보이는 펀드 운용 보고서도 조작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수사 중이다. 이런 정황에 따라 검찰이 현직 법무장관 집을 압수수색 하는 초유의 사태도 생겼다. 압수수색 영장에 법무장관이 불법혐의 피의자라는 사실이 적시됐고 법원 역시 그 혐의가 소명된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허가했다. 이 정도면 문 대통령도 조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 자칫 공멸의 길을 갈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감히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누가 건드리나”는 생각을 가졌다면 큰 착오다. 때문에 대한민국의 지식층이 궐기하고 있다. 시국선언에 서명한 대학 전 현직 교수가 3300명을 넘어섰다.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5000명이 가담을 했고 변호사 900여 명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대학생들도 ‘법무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 각 대학 연합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엊그제는 대구에서 대구경북언론인회 등 사회 각계 단체들이 모여 ‘조국 사퇴’ 시국선언 집회를 가졌다. 요즘 조국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 사이에는 나치에 저항한 독일 목사 마르틴 니뮐러가 쓴 ‘침묵의 대가’라는 글을 SNS 등에 올리며 공유를 하고 있다. 이 글은 침묵은 침묵자에게 잠시간의 여유 시간을 주지만 종국엔 침묵자의 묘지명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글이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그 다음/그들이 사회민주당원을 가뒀을 때 /나는 침묵했다./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그다음/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그들이 유대인에게 왔을 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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