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조국 장관 이름 호명 안하고 "법무부 대표해서 나와주시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자 돌아앉아 있다. 연합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관직을 고수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임명 후 처음으로 국회 대정부질문 무대에 ‘데뷔’해 “국민의 열망인 법무부 혁신과 검찰 개혁의 무거운 소임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신임 국무위원 자격으로 인사말을 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권력기관 개혁 관련 입법에 관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국회의 결정에 따르고 행정부가 해야 할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 제안으로 조 장관이 인사를 위해 연단에 오르자 대정부질문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야유와 함께 “들어가”, “범법자”, “이중인격자” 등 고성을 질렀다. 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조국 사퇴’라고 쓰인 손팻말을 자리에 부착했고, 의자를 뒤로 돌려 조 장관을 보지 않는 의원도 있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박수로 조 장관을 격려했다.

굳은 표정의 조 장관은 한국당 야유에도 멈추지 않고 인사말을 읽어 내려갔고, 인사말이 끝나자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나 첫 질문자인 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조 장관에게 질문을 시작하자 장내는 다시 술렁였다.

원 의원은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가진 나라가 있느냐”고 물었고, 조 장관은 영미권과 독일, 일본 등의 사례를 들어 답했다.

조 장관이 답변을 위해 연단에 오르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20여 명은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본회의장에 남은 한국당 의원들 중 일부도 “치워라”라고 소리치고 의자를 뒤로 돌리며 조 장관을 국무위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강하게 표현했다.

조 장관의 답변이 끝나자 한국당 의원들은 하나둘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이름이나 ‘장관’ 직함을 부르지 않는 식으로 질의를 했다.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장관 이름을 부르지 않고 “법무부를 대표해서 나와주시라”라고만 말했다.

하지만 이후 질의 과정에선 ‘조 전 수석’이라고 불렀고, 실수로 ‘조 장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이낙연 총리에게 조 장관 관련 비리 의혹을 질문한 뒤 조 장관을 불러냈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이 1994년 8월~1997년 12월 미국 버클리대에서 유학할 때 태광그룹이 설립한 일주학술문화재단에서 장학금과 생활비로 3년간 15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물었다. 조 장관은 ‘장학금으로 얼마를 받았냐’는 권 의원 물음에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으나 부인하지는 않았다.

권 의원은 조 장관이 과거 수백억 횡령 혐의를 받고 구속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겉과 속이 다르다”고 질타했고, 이에 조 장관은 “(이 회장에 대한) 인간적 도리였다”고 맞섰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4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기소 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구속기소 3개월 만에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은 이 전 회장이 음주·흡연을 하는 모습과 술집 등에 출입하는 모습이 드러나 ‘황제 보속’ 논란이 일었고 이후 법원이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며 그는 다시 수감됐다.

조 장관은 이날 권 의원이 ‘고위공직자의 최대 망상이 뭔지 아느냐’고 묻자 “알려달라”고도 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했다. 이에 조 장관은 “책임감 느끼겠다. 질책 명심하겠다”면서도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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