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제한연장에 도축·경매 불가능…주말 이후 인상된 도매가 저울질

경기지역 양돈 농가 곳곳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이어져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이 연장 발효 중인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 양돈 농장에서 돼지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고 있다. 해당 사진은 차단 방역선 밖에서 망원 렌즈로 촬영했다.연합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상륙한 지 열흘째가 되면서 돼지고기 가격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ASF 확진 판정에 따른 거듭된 이동제한조치와 살처분 등으로 도축·경매 진행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축협이나 대형마트에서 보유해온 재고 물량까지 소진되면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소비자 가격도 동반상승 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돼지고기 경매가는 ASF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 조처가 내려질 때마다 출하량 감소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이후 48시간 돼지 일시 이동 중지 조치로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돼지고기 경매가는 이 조치가 해제되면서 19일부터 안정을 되찾았지만, 23일 경기도 김포에서 ASF 확진 판정이 또 나오면서 재상승했다.

축산유통종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25일 기준 전국(제주 제외)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평균(등외제외) 경매 가격은 ㎏당 5097원을 기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기 전인 16일 경매가 보다 ㎏당 700원 가까이 올랐고 전월보다는 22% 오른 가격이다.

특히 농식품부가 이날 정오 종료될 예정이던 전국 이동제한 조치를 48시간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100g 소매가 26일 기준 최고 2980원까지 뛰었다. 평균 가격은 2157원으로 전달(1911원)과 비교하면 12.8%나 오른 가격이다.

26일 삼겹살 100g 기준 지역별 소매가를 살펴봐도 안동 C-유통에서는 전달(1650원)보다 20%나 높은 1980원에 팔렸고, 포항 죽도시장에서는 전달(2050원)보다 8.7% 오른 2230원에 거래됐다.

대구 동구시장 역시 전달(1990원)보다 4.5% 비싼 2080원을 나타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을 비롯해 지역 축산농협 등 대형 유통업계는 당장(26일)은 돼지고기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포항축산농협은 삼겹살 100g을 2200원에,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1980원, 홈플러스는 1890원에 판매 중이다.

통상 1주일 단위로 가격을 결정하는데, 26일은 삼겹살을 전주 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주 후반에는 가격 변동 또는 물량소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포항축산농협 관계자는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이동 중지 명령이 연장되면서 경매진행이 안되고 있다. 남아 있는 재고 물량이 떨어지면 판매 중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역시 남아 있는 비축분을 풀면서 도매가 인상에 따른 가격 조정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급상황을 살펴보고있다. 이번 주말 이후 인상된 도매가가 반영돼 판매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축산업계에서는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주로 발병하고 있는 ASF가 양돈 농가가 밀집한 충청까지 확산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양돈 농가가 가장 많이 분포해있는 충청도가 ‘뚫린다면’ 가격 폭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동제한조치로 도축이 제한되다 보니 일시적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 변동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재고를 신속하게 내놓아서 심리적 (인상) 요인을 잠재우겠다”고 밝혔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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