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은 나의 춤법, 미적지근 주법처럼
발등을 밟았거나 구석만 닦았거나

후줄근 뒤통수 흘리며 등 붉히던 귀가처럼

주춤 끝에 보낸 게 당신만 아니었다
손을 놓는 순간부터 먼 별을 끌어안고

뒤란의 만성중독자로 그을음을 파먹었다
그런 생의 쥐구멍에 돋을볕 넣어주듯
자서(自序) 끝자락 고명을 얹다 말고

주춤의 멀건 춤법을 꽃술이라 품어본다




<감상> 주춤(망설이거나 멈칫하는 모양)이라는 부사를 언어 유희화하면 춤법이 된다. 단호하고 냉정한 세상에서 주춤의 춤법을 지닌 사람은 먼저 배후를 생각하므로 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당신만을 떠나보낸 건 당연지사고, 뒤란의 중독자로 생의 그늘 속에서 산다. 당장은 손해를 볼지는 몰라도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성숙함과 포용력을 지닌 춤법이다. 조그마한 이익에 상대방을 억압하며 착취를 일삼는 빠른 템포의 춤법과는 아주 다르다. 이 춤법을 지닌 자에게는 관객이 모여들지 않는다. 쥐구멍에 돋을볕 넣어주듯, 삶의 끝자락에 고명을 얹어주듯, 미적지근하고 멀건 춤법에는 성찰과 너그러움이 배어 있어 수많은 관중들이 모여든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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