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시대 철학자이자 논리학자(변사 辯士)로 말재주가 뛰어났던 혜시(惠施 기원전 370~309년)가 ‘역물 10사’라는 궤변 논제를 제시했다. △닭에는 세 개의 다리가 있다 △개를 양이라 할 수 있다 등이다. 혜시가 이런 궤변 논제를 발표하자 당시 천하의 말재주 꾼들이 여러 가지 기묘한 논제를 내놓고 논쟁을 벌였다. ‘장자’의 ‘천하’편에는 스물 한 가지의 궤변 논제가 기록돼 전한다.

이들 궤변 가운데 몇 개를 보자. ‘닭에는 세 개의 다리가 있다’는 것은 닭이 두 개의 다리만 볼 수 있지만 우리의 머릿 속에는 이미 ‘닭 다리’의 추상적 개념이 있기 때문에 닭의 다리가 세 개라는 궤변이다. ‘개가 양이다’라는 논제도 있다. 개와 양은 일목요연하지만 공통점이 많다. 개와 양은 털이 있고, 네 다리가 있고, 태생이고, 포유류다. 무는 개와 풀 뜯는 양은 서로 다른 유이지만 공통점이 많아 같은 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궤변 가운데는 ‘강아지는 개가 아니다(狗非犬)’이란 논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강아지는 개이고, 개는 강아지다. 하지만 자세히 말하면 큰 것을 개라 하고 작은 것을 강아지라 한다. 크고 작음이 서로 같지 않다. 그러므로 ‘강아지는 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 형체는 같아도 이름이 다르므로 강아지는 개가 아니라는 억지주장이다.

이런 궤변에 가까운 주장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횡행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즌2’에 출연,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PC를 외부로 반출한 것은 증거인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검찰의 증거조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에서 정의롭지 못한 사실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그와는 관계 없다’며 검찰의 수사를 비난하고, 옹호하고 있다. 조국 사태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불의(不義)의 문제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불의의 편에 선 이들이 여럿 드러났다. 유 이사장을 비롯해 소설가 공지영, 이외수 등이 이들이다. ‘강아지는 개가 아니다’는 궤변으로 어리석은 자를 현혹 시킬 수는 있어도 국민을 심복(心服)시키지는 못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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