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그린웨이 인문학 토크 콘서트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사느냐’ 강연

2019 인문학토크콘세트가 28일 오후 포항 철길숲 음악분수옆에서 열렸다.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백년을 살아보니 인문학강의를 하고 있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백 년을 살아보니’의 저자로 유명한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우리 나이로 올해 딱 백세이다.

김 교수는 28일 열린‘2019 그린웨이 인문학 토크콘서트’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몸소 체험하고 축적한 삶의 철학과 지혜를 읊조리듯 차분한 어조로 시민들에게 전해 깊은 울림과 여운을 전했다.

그는 개인의 행복한 삶과 국가의 번영에서 인문학이 가지는 가치와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사느냐’는 화두를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월급을 받고 돈을 벌기 위해’ 또는 ‘경제적 혜택을 얻기 위해’라는 비슷한 답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는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하기 위해 호소문과 성명서를 발표하는 일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 또한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많은 사람과 국가가 생활과 국정 목표로 경제적 풍요와 좋은 정치를 추구하지만 깊이 생각하면 그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고 전부도 아니다”라며 “좀 더 행복하고 보람있는 삶의 살기 위해 필요하기에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운을 땠다.

이어 불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했고, 기독교에서도 ‘무엇을 먹을까’가 인생 목적도 아니며 보람있는 삶을 살면 자연히 얻게 된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즉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를 비교할 때, 먹고 사는 문제인 정치보다 더 소중한 ‘문화’가 성숙하고 한 단계 올라서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현실 생활에만 몰두하고 공허하게 된다’고 했다.

학문과 진리·예술 등 정신적 가치를 이루는 핵심이 바로 인문학이며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존재로 경제와 정치가 부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그는 “2300년 전 알렉산더 대왕이 마케도니아에서 지중해를 거쳐 인도까지 세계를 정복했지만 죽고 나니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당대로 업적이 끝이 났다”며 “반면 대왕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은거하며 제자를 기르고 저술을 남겨 지금까지 세계 많은 학자들이 경제·정치·철학의 시조로 여기며 그를 배우고 영향력이 지속하고 있다”며 정신적 가치가 정치적 가치보다 중요함을 설명했다. 이어 “미켈란젤로가 그린 벽화를 그린 벽화와 조각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로 관광객이 찾아 관광 수입의 상당 부분이 그의 몫”이라며 “지난 400~500년 간 이탈리아에 많은 기업가가 있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미켈란젤로가 벌어줬다”며 예술의 가치가 기업 가치보다 우월할 수 있음을 알렸다.

독일의 유명 시인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식 또한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이 대신 치러준 것 역시 예술가 가치가 국경과 전쟁을 넘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라고 했다.

당대 대통령은 얼마 지나면 다 잊어버리지만 ‘박경리 작가’, ‘윤동주 시인’ 등의 위대한 작품은 100년, 200년 지나도 남는다고도 했다.

특히 윤동주 시인과 중학교 동창인 김 교수는 “동주는 중학생 때부터 ‘나는 시인이다’는 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점이 항상 부러웠다”며 “ 병아리 시인인 그가 커서 큰 닭이 되면 세상을 울릴 것이라 생각했는 데 실제로도 그랬다”고 회상했다.

특히 이러한 학문과 예술이라는 ‘열매’를 키우기 위한 토양 바탕이자 큰 나무인 ‘인문학’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땅을 갈아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것처럼 문화에 동참하는 시민이 돼야 하고 예술·철학·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문화인에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 방법이 바로 ‘교육’과 ‘독서’.

1919년 3·1 운동부터 100년이 지나 좋은 대한민국 탄생한 변화 원동력이 바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며 경제성장이 바탕도 바로 교육이라고 했다.

이어 인문학을 키우는 바탕이 독서이며 세상을 밝히는 ‘태양’처럼 높은 문화·예술·사상으로 세계를 밝힌 5개 국가인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의 공통점은 국민 전체가 100년 이상 독서를 해 인문학과 사상이 성숙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 같은 공산국가는 사상의 자유가 없어 문화·역사·철학이 성장할 수 없는 여건이었음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의 독서 현실에 대해서는 ‘학교에서의 독서 교육 부재’와 ‘정치가 등 지도자나 기업의 임원 등 승진할수록 독서를 하지 않은 문화’를 우려했다.

또 세계 많은 나라가 말은 있지만 문자(글)가 없어 문맹국가가 되거나 고유 문화를 꽃피우지 못했지만,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가진 우리 민족은 인문학이 번영할 수 있는‘역사적으로 가장 큰 축복’을 받았다고 했다.

이를 소중히 하고 우리말 소설·철학·역사 기록하며 ‘한글 문화권’ 살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벨문학상을 배출하면 세계적으로 그 자리를 확고히 할 있다고 했다.

예술 분야 역시 훌륭한 지휘자인 안익태 선생과 일본이 부러워한 무용가 최승희 여사의 춤을 배출한 우리는 예술적 소질을 타고 났고, 젊은이들도 세계에서 부각되고 있으며, 이를 자랑스러워 하며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내가 하는 일이 민족과 국가를 위해 더불어 함께 한다는 ‘애국적 관심’을 가지며, ‘정치·기업·교육·예술이 모두가 인간답고 행복하게 사는데 돕기 위한 일’이라는 넓은 시야와 열린 사고 역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문학의 성장을 위한 ‘포항 시민의 책임과 숙제’를 언급하며, 도시 규모만큼 그 속에서 인문학과 교육, 문화가 한층 올라서길 기원하며 “포항이 그동안 경제도시로 자리매김했는데 정치도시를 지나 ‘인문학의 고장’으로 자랑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오늘 좋은 출발을 해주길 바란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책을 읽는 것은 좋은가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젊은이들은 훌륭한 사람의 전기를, 중년에는 문학적 고전과 예술성 풍부한 시를, 노년에는 종교 등 인생을 돌아볼 작품을 보는 것이 좋다”고 성심껏 조언해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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