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그린웨이 인문학 토크 콘서트 ‘일상에서 만나는 인문학 강의’

2019 인문학토크콘세트가 28일 오후 포항 철길숲 음악분수옆에서 열렸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일상에서 만나는 인문학 강의’에 나선 조승연 작가는 “굉장히 불편한 질문부터 하겠다.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라는 물음으로 거침없이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수년 전쯤부터 ‘행복한가’라는 질문이 사회적 트렌드가 됐다며, 하지만 막상 사람들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고 했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신문·방송에 많이 나오는 것 현상 자체가 그 만큼 현대인이 불행한 삶을 산다는 역설적 반증이라고도 했다.

“진정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행복에 관심이 없습니다. 한 순간 한 순간 행복에 이미 집중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그는 다소 속도감 있는 어조로 자신이 해외에서 경험한 일화나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상황 등을 예를 들며 이해하기 쉽게 인문학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를 설명해 나갔다.

특히 “많은 한국인은 인문학의 부재와 더불어 ‘남과 비교’를 하면서 불행을 더욱 느끼고 있다”며 “미국 부모는 자녀가 이전 성적보다 오르면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지만, 우리네 부모는 남의 집 자녀 성적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불행감에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흡사 피겨 분야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김연아 선수에게 ‘서울대 갈 수 있는 공부를 했나’는 질문이 넌센스인 것처럼 비교가 실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남과 비교하지 않은 자신만의 인생이 중요하고, 그 바탕으로 어려운 철학책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얻는 지혜인 ‘진짜 인문학’으로 스스로 내공을 갖춰나가길 주문했다.

이를 위해 조 작가가 예를 든 것은 ‘자동차 운전’.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도로에 많고, 차선 폭도 좁아 운전 여건이 열악한 프랑스에서 그가 처음 ‘도로 주행’ 연습을 시작하는 것은 곤욕이었다.

자전거와 사람을 의식하면서 운전하면 차가 슬금슬금 그 방향으로 가 사고 위험이 오히려 높아 졌다. 속이 탔다.

프랑스 운전 선생님은 그를 붙잡고 ‘운전 마인드가 잘못됐다’며 “평상시 운전할 때 손을 어디에 두는가”라는 선문답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평소에는 손을 어디에 두는지 모른다”고 대답하자 “어디에 둔 지도 모르는 신체 부위에 목숨을 거느냐? 정말 중요한 것은 ‘눈’이다.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자동차는 나아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인생 역시 (경험 등을 통해 보이는 만큼) 어떤 것을 바라 보고 또 추구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성 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안정된 직장으로 공무원을 준비하거나, 대기업 공채 시험을 치르는 사회적 현상 또한 ‘남이 바라보는 것(공무원 시험·대기업 취직)을 나 또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고 남과 비교하는 것은 ‘인문학의 부재’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인문학의 기본은 ‘나와 다른 사람이 남긴 무늬(삶의 경험·지혜 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 정의했다.

미술관·도서관에서 다른 사람이 남긴 명언·책·사진·그림·글 등을 감상하고 그의 생각을 유추해보며 ‘그와 무언의 대화를 하는 것’도 그 일종이다.

화성 등 행성 탐사 연구를 주도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남긴 ‘지구도 우주와 비교해 보면 흐릿한 점일 뿐’이라는 말 역시 그의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통찰력이 집약된 명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랑스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아침 기도’를 통해 “오랫동안 건강이 지속하길, 일은 너무 많이 주지 않길, 사랑의 띄엄띄엄 오길, 하지만 매일 좋은 와인을 먹을 수 있길 신에게 기원한다”며 “그들의 인생 경험과 지혜, 국민성과 애정관 등이 이 기도에 함축돼 나타난다”고 생활과 가까이 있는 인문학의 의미에 대해 조언했다.

조 작가는 강의에 이어 ‘포스터 잇 Q&A’를 통해 시민들의 인문학 궁금증 해소에 나섰다.

‘인문학이 왜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좋은 카메라나 자동차를 실용적 기술이나 공부에 비유하며 “인문학은 바로 이 차를 타고 어디를 여행할지, 또는 어떤 대상을 사진에 담을지를 알려주는 지혜이자 깊은 내면의 삶의 목적을 제시해 준다”고 쉽게 설명했다.

이어 세계 여러 언어 능통한 조 작가에 그 비결을 묻자 “스페인 여행이나 힙합·샹송 노래 공부 등 확실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 3년 만에 그 나라 언어에 통달한 경우를 많이 봤다”며 “‘남들이 하니 토익 영어를 공부 한다’와 같은 흐릿한 마음이 아닌 확고한 목적의식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대학생은 “능동적인 긍정적인 자세와 성격이 사람의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매우 강조되고 있다”며 “저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데 이를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조승연 작가는 “공연 무대를 예를 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나 가수도 분명 중요하지만 묵묵히 조명·음향 등을 서포터하는 역할도 꼭 필요하다”며 “성격은 타고 나는 부분이 많다. 말을 하기 좋아하는 제가 성격에 맞는 강연을 하는 것처럼 그 무대에만 집중하지 말고 시선을 돌려 자신에 맞는 직업과 공간을 찾는다면 분명 각광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으로‘책을 읽을 때는 천천히 혹은 빨리 읽어야 하나’라는 물음이 나왔다.

그는 “우리나라는 책을 지나치게 신성시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책을 친구처럼 편하고 쉽게 생각하고 대화를 한다는 느낌으로 글쓴이의 인격이나 아이디어, 하고자 하는 상상하면서 말하는 속도로 읽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그른 끝으로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나중에 죽을 때 어떤 후회를 하기 싫을까’주제로 에세이를 쓰게 한다”며 “철학적이며 인간 보편적인 고민은 지역·나이 등에 구애받지 않는 만큼 이를 교훈 삼아 독서와 문화와 함께 하는 행복한 삶을 살길 응원한다”고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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