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대 창단 발표 이어 대구 수성대·경주 위덕대도 추진
야구계 "빈약한 초등 야구 기반 탓에 환영만 하긴 힘들어"

경일대가 축구부와 야구부 창단을 공식 선포했다.(사진 좌측부터 허규옥 야구부 감독, 정현태 총장, 곽완섭 축구부 감독).경일대.

영남대와 계명대 만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경북·대구지역 대학야구가 올 들어 경산 경일대 야구부 창단 발표에 이어 대구 수성대와 경주 위덕대까지 팀 창단을 서두르는 등 TK대학야구 전성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대구는 경북고와 상원고(구 대구상고), 대구고가 한국 고교야구의 큰 맥을 이루며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로 이어져 야구도시 부산과 함께 전통의 야구도시로 불려져 왔다.

그러나 대학야구는 대구 소재 계명대와 경산 소재 영남대 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게 경북·대구 야구의 현주소였다.

특히 대학 야구는 서울 등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과 함께 프로야구가 활성화 되면서 선수 확보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학야구의 새로운 희망을 심어준 곳이 강원 영동대였다.

2년제 대학인 강원 영동대는 그동안 특기생 위주로 팀을 운영해 오던 대학 야구팀의 관행에서 벗어나 일반 학생과 같이 대학에 진학해 등록금을 내고 야구를 이어가는 체제를 선보였다.

지난 2006년 창단한 영동대는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학 2부리그 최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지난 7월 충북 보은에서 열린 제53회 대통령기 대학야구대회 결승전에서 홍익대를 꺾고 사상 첫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영동대의 성공신화는 비단 팀의 우승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영동대는 지난해 2명의 프로야구선수를 배출했으며, 12명이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데 이어 올해도 이미 4명의 선수가 프로야구 드래프트 대상에 올랐다.

영동대의 성공신화는 한국 대학야구 판도에 엄청난 회오리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입학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온 대학들에게 새로운 탈출구로 떠올랐다.

이 같은 바람은 지난 5월 U-20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던 정정용 감독의 모교인 경일대에게 먼저 이어졌다.

경일대는 정 감독의 기적 같은 U-20월드컵 준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8월말 축구부 재창단과 함께 야구부를 창단하기로 하고 전 삼성라이온즈 외야수 출신 허규옥 씨를 창단감독으로 선정하고 창단준비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대구 수성대도 지난 8월 말 서석진 TBC라디오 야구해설위원을 초대감독으로 선임하고, 팀 창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감독은 경북고에서 오랫동안 감독을 맡아 현재 프로야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선수들을 양성해 왔으며, 탐라대(현 제주 국제대) 감독을 맡는 등 선수 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수성대에 이어 경주 위덕대도 현재 팀 창단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위덕대는 현재 팀 창단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가 조만간 초대 감독이 선정될 전망이다.

이들 외에 경산 소재 2년제 대학 1곳도 팀 창단 준비를 해왔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류하기로 하는 등 또 다른 대학팀 탄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북·대구 지역 대학팀 창단이 러시를 이루면서 지역 고교 팀들은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지역 야구계는 초등 야구팀이 빈약한 상황에서 상위권 학교들의 잇따른 창단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경북의 경우 고등학교 5개 팀·중학교 7개 팀이 운영 중에 있지만 초등은 포항대도초·구미도산초·경주동천초 등 3개 학교 뿐인 데다 이들 마저도 선수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팀 운영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들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곳이라고는 도내 12개 리틀 야구팀이 전부여서 결국 중학교부터 서울 등 외지 학생을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고교 야구팀들은 그동안 프로야구나 대학 진출을 하지 못할 경우 야구를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팀의 잇따른 창단으로 대학 진학 기회가 훨씬 늘어난 것에 대해 크게 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구계 관계자는 “대학팀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가장 기초적인 기반인 초등 야구가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위 팀들의 잇따른 창단을 환영만 할 수 없는 처지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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