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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수화
[아침시단] 수화
  • 박소유
  • 승인 2019년 09월 30일 17시 2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01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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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소나기 맞은 것 같다
너 나 할 것 없이 할 말 다 쏟아내는 밥집에서
등 뒤가 조용하다

누가 귀띔이라도 해준 것일까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말라고
정말 중요한 말은 하는 게 아니라고

말이 건너가고 건너올 동안
넝쿨이 허공을 잡기 위해 잠시 휘청거리듯
손짓이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한다

무슨 뜻인지 몰라도 괜찮다
손잡아 주는 거니까
천둥번개 지나간 뒤에도 꽃들은 수화를 한다

<감상> 밥집이나 커피숍에 가면 소나기 맞은 듯 소음이 넘쳐난다. 수화를 하는 사람은 할 말만 하니 손이 실타래를 푸는 것 같다. 한 사람이 실타래를 풀면 듣는 사람은 손을 내밀어 조용히 말을 감는다. 할 말을 모두 털어놓고 수다를 떠는 세상과는 달리,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않는다. 항상 수화는 고요를 몰고 다니고, 정말 중요한 말은 참으면서 손잡아 줄 뿐이다. 특히 사랑한다는 말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천둥번개가 쳐도 꽃들끼리는, 비바람이 쳐도 나뭇잎끼리는 수화를 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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