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직경 8m 더큰 28m로 조사…지하식 아닌 지상식 적석목곽묘
등·배 부분 깔끔하게 잘린 흔적, 의도적으로 깨뜨려 넣은 것 추정

금령총 호석 전경
경주시 노동동에 위치한 금령총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가장 큰 56cm 크기의 말모양 토기 1점이 출토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4월부터 금령총에 대한 2차 재발굴조사 결과 금령총이 기존의 지하식이 아닌 지상식 적석목곽묘 구조였으며, 규모도 종래에 알려진 것보다 8m가량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금령총은 일제강점기(1924년) 당시 이미 일부 훼손된 봉토와 적석부를 걷어내고 매장주체부만 조사해 호석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작년 1차 조사에서 평면상 존재가 확인됐으며, 이번 조사로 그 전모가 드러났다.

호석은 기반층 위에 바로 설치했으며, 2단 구조에 너비 약 1.3~1.5m, 높이 약 1.6m 규모이다.

이를 기준으로 금령총의 직경은 종래에 알려진 크기보다 8m 가량이 더 큰 28m 내외로 볼 수 있으며, 지상식 적석목곽묘 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금령총 유리구슬
금령총 출토 개배
호석 바깥으로는 약 40cm 두께의 정지층이 확인되는데, 흙을 다진 뒤 잔자갈을 깔았으며, 그 주변에서 30여 개체에 달하는 제사용 토기들이 수습됐다.

또한 안팎에서는 동물뼈(말, 소, 기타 포유류 등)를 비롯해 각종 패각류(굴, 고동, 조개류)와 뚜껑접시(개배), 토제령방울, 유리구슬, 쇠스랑 등이 확인됐으며, 특히 말모양 토기(마형토기) 1점이 출토돼 주목을 끌고 있다.
금령총 출토 말모양 토기
말모양 토기는 높이 56㎝로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가장 크며, 일제강점기에 수습된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토기와 제작 기법이 거의 동일하다.

다만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나 얼굴과 턱·목·발굽 등 각 부위를 정밀하게 표현한 점, 실제 말의 비율에 가깝게 제작된 점 등은 차이를 보인다.

현재는 머리와 앞다리 쪽만 확인됐는데, 등과 배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된 듯 한 흔적이 보여 의도적으로 깨뜨려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무덤 4기도 새롭게 확인됐다.

봉토와 호석을 갖춘 옹관묘(127-1호)를 비롯해 적석목곽묘 2기(127-2호, 127-3호), 소형 분묘(127-4호) 1기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무덤 4기가 새로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고분 주변의 층위 양상을 파악한 결과, 현재 지면보다 약 2m 아래에서 5~6세기 신라 문화층이 확인돼 주변 경관이 현재와는 크게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식리총을 비롯한 노동동 고분군 일대에 대한 조사 및 복원·정비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호석과 그 주변에 대한 이번 조사는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과를 거뒀다”며 “내년 3차 조사에서 매장주체부까지 확인하면 금령총의 전체 구조 및 축조기법이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경주박물관은 오는 8일 경주 금령총 2차 재발굴조사 성과를 일반에 공개한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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