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일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12F)

최정인 Flower in the cube-P, Oil on canvas, 45.5x45.5cm
최정인 초대전이 8일부터 20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12F)에서 열린다. 올해로 10번째를 맞는 작가 최정인의 개인전 주제는 ‘Flower in the CuBe’이다.

작가의 일관된 주제의식은 이번 전시까지 이어져 감성적 감각과 이성적 표현이 서로 융합된 큐브(정육면체)로 기호적 의미로 재해석 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크고 작은 큐브가 결합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통제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스스로 사각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보다는 그 틀 속에서 관념화된 사고를 고착화시켜 나가며 적응해 간다. 이는 현대인이 갖는 삶의 또 다른 형식이 투영되는 것이다.

최정인 Space F1.2, Mixed Media on canvas, 90.9x72.7cm
작가는 이처럼 큐브라는 형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갇혀 버린 사고 속에서 과감히 벗어날 수 있는 시각적 메시지를 그만의 회화 속에 담고 있다. 일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도와 실험 속에서 창의적 사고의 전환은 대부분 예술가의 손이나 퍼포먼스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작가 또한 이러한 창작활동을 지속해 오는 것이다.

관념적 조형미에서 벗어나 예술적 창의성을 가미함으로써 현대적 미의식은 새로운 기호와 양식을 생산해 내는 명분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이는 시각 예술가들이 지각현상 속에 탐구하는 감각적 호소력이 새로운 조형언어로 재현되기 때문인 것이다.

짙은 남색 바탕에 배치된 큐브의 단면은 꽃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꽃의 형상과 더불어 꽃이 갖는 색채의 의미를 기호화시킴으로써 미니멀적 해석을 수반하고 있다. 그리고 대상을 수없이 그리고 지우는 반복된 과정 속에서 기호적 의미가 덧칠되어지고, 스크리치 기법을 이용해 사물의 형상을 긁는 행위는 감성적 시선이 갖는 암시적 의미에서 비롯됨을 엿볼 수 있다.

최정인 Space F3.4, Mixed Media on canvas, 90.9x72.7cm
미쳐 그려지지 않은 무엇을, 그림 속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를 떠올리게 하는 무엇을 함축된 추상회화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추상이 인간의 내적 필연성 즉 정신성을 표현한다면 현대추상회화의 시조인 파울 클레(Paul Klee)의 말처럼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것’이 된다.

그림이라는 숨겨진 허구적 존재를 뚜렷이 그려내기보다는 함축된 형상에서 비롯된 기호적 의미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사라지는 기억 속에 추억이 만들어지듯 그녀의 작품 속에는 기억을 환기시키는 다양한 형상들이 덧칠되어져 소멸되고 그 위에 새로운 조형적 구조물이 만들어지는 순환의 법칙이 존재한다. ‘추상이란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하는 욕구’라는 뉴욕현대미술관 초대관장의 말처럼 자연의 재현을 억제하고 미니멀적 조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성을 강조한 사물의 형상과 서정적 색면이 어우러진 새로운 조형미감을 선보인다. 수없이 반복된 밑칠작업이 주는 중첩된 깊이감과 사물을 구분하는 표현 방식은 일종의 기호적 개념으로 상징성을 부여한다.

자연의 재현이면서 평면성을 강조하는 독특한 화면구성 또 다른 공간적 해석으로 표현되어져 새로운 조형세계와 조우하고 있다. 이는 스페인 현대미술의 거장인 안토니오 타피에스(Anotonio Tapies)가 구상적 회화의 기반에서 출발해 동양서예의 선형으로 귀착하는 추상회화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아우르는 화면구성은 착시에 의해 형성된 일루전의 공간으로 재현되기도 하고, 부분과 전체의 유기적 관계에서 표현되어지는 형상들은 상징적 기호로 새롭게 명명되어짐을 의미한다.

최정인 Space F4,Mixed Media on canvas, 90.9x72.7cm
과거 수직과 수평의 선이 교차되어 마치 건축 설계도면을 연상케 하는 미니멀적 화면구성에서 무한공간의 확장을 연상케 하는 큐브의 연출은 근작이 주는 신선함과 풍요로운 조형공간이 열리는 계기가 된다.

물감을 덧칠해 만들어낸 화면 위에 평면성을 강조한 도형과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내거나 특정 부분의 밑그림이 그대로 노출되게 하는 연출기법은 관람자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고도의 상징성이 내재된 평면의 소재들은 마치 19세기 프랑스의 상징시처럼 메타포를 선사해 주고 있다. 함축된 상징적 기호가 전해 주는 최정인의 독창적 회화성은 보다 확장된 의미를 수반하며 그녀만의 회화 언어로 진화되어 나가는 것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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