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19세기 이후 도구를 만드는 ‘호모 파베르’로 진화해서 ‘호모 데우스(homo deus)’, 신에 도전하고 있다. 데우스(제우스의 라틴식 발음)는 ‘신’이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이스라엘 역사철학자 유발 하라리는 후속작 ‘호모 데우스’에서 신에 도전하는 인간의 미래를 전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인간의 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늘리는 과학의 불노초를 찾는데 속속 뛰어들고 있다. 장수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인간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데 확신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노화세포를 제거하거나 유전자 조작으로 인간 수명을 연장하고, 3D프린터로 장기를 만들어 병들고 노화된 장기를 교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같은 인간의 생명 연장에 대한 강렬한 욕구 때문에 진시황이 꿈꿨던 불로장생의 시대를 여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엔이 지난 2009년 쓴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 ‘평균수명 80세 이상 국가가 2000년 6개에서 2020년 31개 국으로 급증할 것’이라면서 호모(homo)와 숫자 100(hundred)를 합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를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자회사 ‘칼리코’는 인간 질병을 완전 정복하는 ‘인간 500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호모 파이브헌드레드’. 신에 도전하고 있다. 500세 도전 앞에 ‘호모 헌드레드’야 이제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인구가 1만8505명이었다. 지난 2007년 1764명 이던 것이 만 10년 새 1만6741명이나 늘어났다.

경북에만 해도 올해 6월 말 기준 100세 이상 노인이 901명이나 됐다. 이처럼 장수 시대가 열렸지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묘사된 ‘디스토피아’가 현실인 노년이 많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인 준비가 필요한 때다. 또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경북은 미래 먹거리로 장수 산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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