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마다 따끔따끔하다
밥알이 구를 때마다 혀가 계속 찔린다
물렁물렁하고 뭉툭한 혓바닥에 찔린다
아이스크림을 핥던 촉촉한 탄력에 찔린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뒤지고 입안을 더듬고
그동안 혀가 만들어낸 말들을 다 뒤져도
바늘을 찾을 수 없고
말랑말랑한 것밖에는 없어서

찌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린다
찔리기 전에 찔린다
찔리는지 모르고 있다가 느닷없이 소스라친다





<감상> 모든 사물에는 껍질을 벗어나 온전히 실체를 드러내는 혀가 있다. 심지어 딱딱한 범종에도 혀가 있기에 멀리 종소리가 퍼지지 않는가. 몸이 혀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혓바늘은 입 안에서 찾을 수 없으나 말랑말랑한 몸에서는 항상 존재한다. 이러한 말랑한 존재가 계속 찔리고 억압을 받는다면 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므로 따끔하고, 뭉툭한 혓바닥과 촉촉한 탄력에도 찔리고 만다. 외부적인 원인은 드러나지 않고, 찔리기 전에 찔리고, 찌르는지 모르고 있다가 소스라치는 상황 속에서 혓바늘이 돋는다. 하지만 탄력을 받은 혀는 찔리기 전에 먼저 일어나 큰 함성이 되어 퍼질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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