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시작해 오후 6시께 종료…김명길-비건, 약 6시간 대좌
북한, 결렬 선언하며 ‘비난전’…美국무부 "北 언급 회담 내용이나 정신 반영하지 않는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연합
북한과 미국이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재개한 5일(현지시간) 비핵화 실무협상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으나 결국 북한의 결렬 선언과 대미 비난전으로 막을 내렸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북미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께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 (Villa Elfvik Strand)에서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비건 대표 등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15분께 협상장에 먼저 도착했고 이어 9시50분께 김 대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도착했다. 특히 김 대사가 차량에서 내리자 비건 대표가 웃으며 맞이하는 모습이 외신 영상에 잡히는 등 협상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김 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협상 시작 2시간만인 정오께 협상장을 빠져나와 인근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간 뒤 2시간 넘게 머무르면서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김 대사는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면서 오전 협상 내용과 관련,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두고 봅시다”라고 답했고, 그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협상장으로 돌아가면서는 취재진에게 “협상하러 갑니다”라고 말해 비관적 관측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20분께 협상장으로 복귀한 김 대사 일행은 약 4시간만인 오후 6시15분께 협상장을 다시 빠져나갔다.

그리고 김 대사는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정도의 협상 뒤 결국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 대사는 협상장을 떠난지 10분만인 오후 6시25분께 인근의 북한대사관에 들어서면서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직접 잠시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대사는 미리 준비한 듯 5분 만에 외신 등 취재진이 모여있는 북한대사관 정문으로 종이에 출력된 성명을 들고나와 굳은 얼굴로 이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선언한 뒤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으며,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면서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성명 발표에는 북한의 통역사까지 함께 나와 김 대사가 읽는 한문장 한문장을 뒤이어 영어로 통역했다. 이 자리에는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도 동행했다.

북측은 김 대사의 성명 낭독이 끝난 뒤 질문을 3개만 받겠다며 이례적으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도 받았다.

김 대사는 약 13분간의 성명 발표 뒤 다시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이날 김 대사의 성명 발표는 다소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협상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전날 이뤄진 예비접촉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고 이날도 미국 측에서는 낙관적 신호가 나왔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번 실무협상과 관련, “우리(미국)는 일련의 아이디어(a set of ideas)를 가지고 왔다”며 “우리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것을 진전시키고 이행하고자 시도하는 좋은 정신과 의향을 갖고 왔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7개월만에 재개된 북미 협상은 또다시 위기에 놓이게 됐다.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협상장에 들어간 이후 북측이 입장 발표를 예고할 때까지도 나오지 않다가 이후 협상장을 떠나 숙소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협상 관련 성명을 내고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고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대화를 가졌다”면서 북한이 협상 결렬을 선언한 데 대해 북한 대표단의 앞선 언급은 이날 “회담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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