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삼삼오오 동네 이웃들끼리 모여 앉자 주변의 관심거리를 이야기 해 오던 반상회가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반상회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일부 마을에서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 현황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도시에서는 아파트 계단에 놓인 채 주민이 찾아가기만을 기다리는 반상 회보가 현 주소를 대변해 준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 왔던 반상회는 1970년대에 이르러 주민 간 친목과 상호 부조는 물론 마을의 실태 및 주민들의 요망 사항을 파악해 행정에 반영하기도 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반상회는 1976년 한 해 동안 전국 25만 8821개 반에 설치돼 있었으며 매달 평균 579만 1600가구가 참석해 참석률 86%에 이르렀다. 건의된 민원의 68%가 해결됐다고 한다. 물론 당시 반상회가 정권을 유지용 도구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 이후에는 반상회가 과거 관 주도의 일방적 방식에서 벗어났다. 이랬던 반상회가 그저 명백만 유지하고 있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민들의 뜻이 모여 반상회가 십 수년 만에 되살아 난 마을이 있다. 지난달 26일 저녁 경북 칠곡군 동명면 남원1리 마을회관.

헌방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의미 있는 반상회가 열리고 있었다. 점차 잊혀 가고 있던 반상회가 이곳 헌방 마을에서 20여 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벌써 세 번째 반상회가 열렸다.

특히 이날 반상회에는 칠곡군 동명면사무소 산업 계장 등 공무원 2명이 참석했다. 이 지역 출신 칠곡 군의원 2명도 한 걸음에 달려왔다. 군의원도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1명씩 나란히 자리를 함께 해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이들은 주민들의 의견과 과제를 들은 후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이 동네 대표적 민원이었던 헌방식당 앞 도로포장 문제도 주민 이해 당사자 간 동의로 조만간 해결될 전망이다.

참석 공무원과 군의원들은 저녁 7시부터 근무시간이 훨씬 지난 밤 9시까지 2시간 동안 진지하게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함께 했다. 이에 주민들은 이들 공직자에게 박수로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흐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헌방 마을은 지난 7월 반상회 때도 중요한 현안을 해결했다. 주민들의 도로 확·포장 요구 민원에 대해 칠곡군과 군의원들의 적극적인 중재로 기존 3m에 불과하던 마을 진입도로를 5m로 확장키로 했다. 여기에 필요한 공사비 2억 원을 올해 하반기 추경에 확보했다. 기존의 마을 주민들과 새로 전입 온 주민들 간에 갈등도 하나 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반상회는 과거 한때 정부나 지자체의 일방적 선전 도구로 전락 하거나 정치 선전 무대의 장으로 둔갑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이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게다.

반상회 주인공은 마을 주민이다. 주민자치의 전초기지로 소통과 민의 대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럴진대 반상회는 필요하며 다시 살아나야만 한다. 지금은 마을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얼마나 개최되고 있는지 통계 조차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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