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사이로
잎들이 떠나가네
그림자 하나 눕네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정거장에는 꽃그림자 하나
네가 나를 지우는 소리
내가 너를 지우는 소리

구름이 따라나서네
구름의 팔에 안겨 웃는
소리 하나,
소리 둘,
소리 셋,
무한(無限),

길은 멀어
그대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




<감상> 가을이 오면 잎들이 떠나가듯, 마음속에 그대를 떠나보낸 그림자 하나쯤 가지는 걸까. 떠나간 그대는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너무 멀다는 사실이다. 너무 멀어서 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그리움은 길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밖에 있는 지도 모른다. 그 길은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아 정거장에서 서로를 지우는 소리로만 들린다. 정처 없는 구름이 따라나서므로 구름에 안겨 울고 웃기에 그대를 향한 소리, 그대가 나를 지우는 소리로 가득하다. 그대 향한 나의 소리를 구름이 품고, 구름은 그 소리를 그대에게 빗소리로 알려 주기를 바랄 뿐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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