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로부터 제철소 핵심 설비인 고로(용광로) 블리더(안전벨브)의 예외적 개방 허용을 받은 포스코가 연료전지 사업의 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가 유망한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지난 2008년 일찌감치 포항에 연료전지 BOP공장을 준공, 시장 선점을 선언했던 사업이다. 포스코에너지는 포스코가 1969년 창립한 경인에너지를 모태로 2005년 설립한 발전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직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회사가 분사(分社)하는 회사에 대한 구체적 비전도 직원들에게 제시하지 않으면서 분사를 결정해 사실상 사업 축소와 직원정리 수순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만에 하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포스코가 포항에서 미래 산업으로 추진하려던 사업들이 대부분 날개를 접는 셈이기 때문에 포항시로서도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들어 포항에 건설키로 했던 1조 원대 투자 규모의 침상코크스 공장 건설이 무산되고, 포항 투자를 약속했던 양극재 공장을 광양 공장 증설로 대체하는 등 지역투자가 속속 좌절된 마당이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성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망 사업분야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환경정책 전환으로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되는 등 연료전지 사업 분야가 각광 받고 있는 시점에 포스코가 분사를 결정해 노사 갈등이 일고 있다. 포스코에너지가 지난 9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기존 연료전지 분야 사업에 대한 물적분할을 통해 다음 달 1일 가칭 ‘한국퓨얼셀’을 설립키로 한 것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주력사업인 발전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을 분할,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퓨얼셀’이 미국 퓨얼셀에너지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과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포스코에너지의 결정에 대해 직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직원들은 무엇보다 분사되는 회사의 사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퓨얼셀에너지와의 문서상 계약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직원들은 사측이 회사 분할을 한다면서 새로 설립하는 ‘한국퓨얼셀’의 지속가능 여부를 판단할 자료 제공도 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동등한 수준’이라며 직원들을 내 보내려고 한다는 불만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직원들은 또 분사되는 회사가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정비 용역회사 수준으로 전락할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측이 직원을 정리하는 방편으로 분사를 하는 것이란 주장도 하고 있다.

포스코의 연료전지 사업은 포항 지역민들도 상당한 기대를 했던 사업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직원은 물론 지역민들에게도 분사하는 회사의 투자 계획과 비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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