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오전 7시 30분, 포철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과 건설 요원들이 700입방미터(㎥)고로의 제2주상으로 올라섰다. 막 출선구 뚫기가 끝났다. 과연 한국 역사상 최초의 대형 고로에서 쇳물이 터져 나올 것인가. 그리하여 22개 공장으로 구성된 ‘일관·종합제철’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 것인가. ‘펑!’ 굉음이 터졌다. 출선구를 뚫고 나온 오렌지색 섬광이 사람 키보다 높이 치솟았다.…‘나왔다. 나왔다’ 순식간에 고로 내부는 환호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포철의 Z형 상징마크 같은 도랑을 따라 흘러가는 황금색 쇳물. 그 역사적 현장을 지켜보는 사내들의 눈에서 왈칵왈칵 눈물이 흘러내렸다. ‘만세! 만세!.”

소설가 이대환의 ‘박태준’ 평전에 나오는 1973년 처음으로 포스코에서 쇳물이 뽑아져 나오던 감격의 순간에 대한 묘사다. 포스코가 3일 첫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지 46년 만에 조강생산 10억 t을 달성했다. 조강생산 10억t은 그 양이 얼마나 되는 지 퍼뜩 실감이 나지 않는다. 10억t은 지구에서 달까지 38만㎞를 두께 2.5㎜, 폭 1219㎜인 철판(열연코일)으로 54번 왕복 할 수 있는 양. 차로 만들면 중형차 10억 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를 약 2만 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가 첫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16년 만인 1989년 1월 누적 조강생산 1억t을 달성한 데 이어 32년 만에 5억t, 46년 만에 10억t을 달성했다. 1억t에서 5억t을 달성하는 데 32년이 걸렸지만 5억t에서 10억t을 달성하는 데는 1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포스코가 철강 생산 10억t을 달성한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세계적으로 철강업계의 생산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이룬 값진 성과다. 포스코는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10년 연속 1위로 선정한 세계 최고의 철강사로 자리를 굳혔다. 포스코의 쇳물 10억t 생산 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첫 쇳물이 생산되던 그 날의 감격을 재연하고 새로운 경제 발전 의지를 다지는 국가적 기념 행사라도 열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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