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6. 전통 천연염색 최옥자 명장
[명장] 6. 전통 천연염색 최옥자 명장
  • 오종명 기자
  • 승인 2019년 10월 06일 21시 4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07일 월요일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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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천연 염색은 쪽빛 지키는 것 넘어 우리 땅을 지키는 일"
최옥자 명장

시간이 묵을수록 더 진한 빛으로 푸른색을 토해내는 ‘쪽빛의 진실’을 찾아 40년이 넘는 세월을 천연염색의 길을 걸어온 장인이 있다. 2011년 세월은 그녀에게 명장이라는 칭호를 붙여줬다. 대한민국 명장 512호 최옥자(74). 천연염색 분야에서는 유일한 명장이다. 그녀는 천연염색뿐만 아니라 쪽 염색을 이용해 천 년을 견딘다는 신비의 종이 감지(紺紙) 제작을 재현해냈다.

전통천연염색연구소

안동댐 아래 월영교가 보이는 호반나들이길 입구 좌측 산기슭에 전통천연염색연구소가 있다. 이곳에 연구소가 들어서고 ‘청정지역에 왠 염색연구소?’라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홀로 4300㎡(1300평) 야산에 쪽 씨앗을 뿌리고 채취한 쪽잎으로 쪽 염료를 만들고 천에 염색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자신만의 쪽빛세계를 만든 것이다.

그녀와 쪽빛의 인연은 다도(茶道) 때문이었다. 다도에 빠진 세월은 천연염색보다 오래됐다. 지금도 그녀를 천연염색 명장보다는 다도 선생님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다.

1982년 부산에서 일본 회원들과 다도문중교류회 중 홍화로 염색한 기모노의 붉은 안감에 매료돼 천연염색 재현을 다짐했다. 참고할 문헌이나 스승도 없었던 어려운 시절을 이기고 그녀는 선조들이 남긴 천연염색을 재현·계승하겠다는 열정과 의지 하나만으로 8년 만에 염색 재현에 성공했다. 8년 동안 망친 쪽 독만 53개에 이른다고 그녀는 회고했다.

“색이 살아있을 때 염색해야 해요. 우린 색을 키우는 사람이예요. 천연 염색이라 자부하는 이들이 있지만, 하나같이 발효 과정에서 천연 잿물이 아닌 양잿물을 사용해요. 진짜 천연 염색이 아닌 거죠. 진짜 쪽빛을 얻는 일만큼 중요한 게 환경이거든요. 화학제를 사용하면 강이 오염될 것이고, 강이 오염되면 땅이 오염되고 마침내 사람이 오염되요. 천연 염색은 쪽빛을 지키는 것을 넘어 우리 땅을 지키는 일이요”

그녀의 작업실에 놓인 천연 잿물과 빛바랜 쪽 항아리에서 40여 년간 지켜온 열정이 느껴진다.

최옥자 명장이 염색한 천.

최 명장은 이후 10여 년간 천연 염색 기술을 보급을 위해 교육생을 배출했다. 하지만 자치단체마다 ‘자연염색’이란 이름으로 여성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면서 쏠림현상은 심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 그녀는 교육생 배출을 그만두고 2004년부터 6년간 경북바이오연구원에 입주해 이 분야를 집중 연구했다. 화학 매염제를 사용한 자연염색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자신이 체득한 쪽 염색기술을 책으로도 남겼다. 해마다 한 권씩 천연염색의 신비를 풀어낸 것이다.

최옥자 명장이 출간한 ‘쪽빛의 진실’, ‘해오름의 빛’, ‘감지의 진실’, ‘초록빛의 신비’, ‘천상의 색 보라’, ‘전통으로 탄생되는 천연색’.

그녀는 2004년부터 <쪽빛의 진실>, <해오름의 빛>, <감지의 진실>, <초록빛의 신비>, <천상의 색 보라> 등 5권의 책과 중·일·영어 번역본인 <전통으로 탄생되는 천연색>을 출간했다.

전통에 대한 의지는 감지(紺紙)의 재연으로까지 번졌다. 어느 날 일본 교토 박물관에 우아하게 걸려 있는 고려시대 두루마리 금니감지(金泥紺紙·1006년) 앞에선 그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 고려감지를 재연해야 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녀는 2009년 ‘닥나무 원료를 전통발효방법으로 염색한 감지의 재연’이란 용역보고서를 국립중앙과학관에 제출했다. 일본에서 난리가 났다. 몇몇 일본 전문가들은 부담스러운 듯 그녀의 방문을 꺼리기도 했다. 쪽염색을 딛고 고려감지 재연에 성공한 것이다.

최 명장은 “여생은 고려감지, 신라 홍지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다. 그래서 일본 문화계 인사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0월 전북 남원 실상사에서 통일신라시대 장독으로 추정되는 대형 항아리가 무더기로 발굴돼 최 명장은 바로 달려갔다. 감지를 만들었던 독이라고 직감한 그녀는 이후 장독 바닥의 성분을 의뢰해 90%이상 쪽 성분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경주에서도 항아리 창고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몇 일 밤을 새웠다고 했다.

최옥자 명장이 재현한 고려감지.

최 명장은 “일본이 가져간 종이 만드는 감지 기술은 꼭 되찾아 와야 한다”며 “우리의 천연염색은 세계의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최고의 관광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최 명장은 일본, 뉴욕 등 해외 16개국에서 20회 이상의 전시회와 국내 130여 회의 전시회를 열어 천연염색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 밖에도 책 출간뿐만 아니라 현재 안동대 대학원 바이오ICT융합공학과에서 기술 연구 및 특허 등록 등을 통해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홍화(紅花)에서 뽑아낸 색소로 천연 연지와 립스틱을 만들고 있다. 그녀는 안동의 자랑인 안동포에 자신만의 천연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명인512호공방 최옥자 명장 프로필

△1987~2018년 전통천연염색연구소 소장 △1997년 보건복지부 ‘여성복지 증진’ 표창 △2001년 동경 길영갤러리 ‘전통발효 쪽 염색’ 전시 △2003년 뉴욕 코리아 갤러리 ‘천년의 빛깔’ 전시 △2005년 노동부 장관 ‘우수기능개발’ 표창 △2009년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전통천연발효염색작품’ 전시 △2011년 대한민국명장(섬유가공) 제 512호로 선정 △2013년 특허권 등록 ‘감지의 천연색 제조과정’ △2017년 프랑스 노르망디 한국문화축제 ‘전통 천연발효 쪽 염색’ 전시 △2018년 대한민국 신지식경영 문화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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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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