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기획자(ART89)
김경숙 기획자(ART89)

10월의 가을바람. 경북 축제 행사(인터넷)를 검색을 해 보니, 경주, 문경, 영주, 의성 등 경북의 여러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1997년부터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모태로 2019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23회째 막을 올려 10월 6일 끝났다.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는 ‘여성의 탈, 탈속의 여인’이다. 전통사회 속에 억눌린 여성들의 다양한 삶과 꿈, 희망을 탈과 탈춤에 투영시키고자 했다.

축제 기간 동안 안동민속박물관(별관) 전시에서 한희영 작가의 ‘기억을 잇다’ 전시가 열렸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오후 6시 전시가 끝날 무렵 허겁지겁 전시실을 찾았다. 서울 출장 때문에 그날 보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았다.

작가 엽서 앞면에 인쇄된 작품 이미지와 색이 눈에 들어온다. 바느질과 은은한 색 속에 미묘하고 다양한 색감이 작품에 들어있다. 또한 염색한 천이 갖는 색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과거의 기억, 삶의 흔적, 여행에서 보았던 풍경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한희영 作 ‘한낮의 꿈’

‘남존여비의 조선사회에서 조각보란 여성들이 응어리진 마음을 달래는 수단으로써, 결코 평범하지 않을 수많은 이야기들을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양육과 가사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자아의 상실감을 체험해야 했던 작가로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여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느질을 작업과 연결시킴으로써 반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한희영 作 ‘바람의 기억’

위의 작품은 작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여행을 갔을 때. 입을 굳게 다문 히잡(Hijab)을 쓴 이슬람 여인의 모습을 보고 작품으로 표현했다. 미색은 모래바람을 연상시키고 검은색은 히잡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우리나라 전통 사회의 여인과 히잡 속의 여인은 그들이 처해진 사회문화는 다르지만 ‘여성’이라는 주제로 환기시킨다.

서구미술사 속을 살펴보면.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저서 <제2의 성> 출간은 여성 운동의 기원을 이루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지위, 역할에 변화를 일으키는 여성운동으로 여성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일을 목표로 두고 있다.

‘1960년대 말까지 여류미술가들이 대부분 남성과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성별의 색채가 없는 (de-gender)‘미술을 추구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소수 인종과 동성연애자들처럼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고전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을 채용했다. 그 전략이란 역사를 재연구하고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이 특히 관심을 기울인 분야 중 하나는 공예와 고급예술을 대조시키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편견이었다. 전통적으로 가장 낮은 서열의 미술로 분류되어 온 퀼트나 페르시아산 양탄자 또는 나비호 인디언들의 담요 같은 미술 형태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이 새로 보인 관심은 결국 1970년대 중반에 패턴과 장식의 등장을 가져왔다.’ -로버트 앳킵스

한희영 作 ‘바람의 기억’

한희영 작가의 작품을 보면, 천을 물들이고 바느질하는 여인들의 생활을 ‘예술로서의 공예’로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작가가 도록 한 권을 건네었다. 여성 회원들로 구성된 ‘빛빛 내로’세 번째 전시(2019) 소식이었다.

첫 장 서문에 이런 글이 있다.

‘Draw a Dream’전시를 열며

‘꿈을 그리다’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각기 다른 멋진 삶, 멋진 인생, 멋진 미래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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