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 지진 책임·배상 조직적 회피 우려된다
[사설] 포항 지진 책임·배상 조직적 회피 우려된다
  • 경북일보
  • 승인 2019년 10월 09일 17시 1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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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열린 포항 촉발 지진 관련 당사자인 정부와 사업 주관사인 넥스지오에 대한 지역민들의 소송 첫 재판에서 정부와 이 업체가 “책임 없다”고 오리발을 내민 데 이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이 배상 책임 회피 법률자문을 구한 것이 드러났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지진 발생 이후 포항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은 정신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또 흥해체육관에는 보금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들이 아직 체육관 텐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 지진의 지원과 시설 복구 등에 필요한 재원의 확보를 위한 지진특별법의 제정도 국회가 파행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데 정부와 정부기관의 이 같은 행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는 포항지진 피해 시민들로 구성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대한민국과 넥스지오를 상대로 지난해 10월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정부측 변호인단(정부법무공단)은 “원고는 지열발전사업에 참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라 손해배상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가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이 아니라 넥스지오의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한 사업이다”라며 배상책임을 회피하는 주장을 폈다. 넥스지오 측도 “시추공에 물을 주입한 시기와 포항지진 발발 시기 사이 두 달 간의 시간 차가 있고 주입한 물의 양도 규모 5.4의 지진을 일으키기에는 지나치게 적다”고 지열발전연구개발사업이 포항지진의 원인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정부조사연구단이 지난 3월 11일 발표한 포항지진(규모 5.4)이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촉발됐다는 연구결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정밀조사를 진행한 끝에 결론을 낸 것인데 이를 부정한 것이다.

또 에기평은 지난 3월 정부 포항지진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 발표 열흘 전 국내 대형법무법인에 손해배상책임 관련 법률자문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자유한국당 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 국정감사에서 지열발전 주관기관인 에기평이 지난 3월 11일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손해배상책임’ 관련 법률자문을 받았다며 해당 법무법인이 3월 11일 자로 에기평에 보낸 문서를 공개했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열흘 전에 지열발전 주관 기관인 에기평이 책임회피와 소송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넥스지오는 포항 지진을 촉발한 책임을 조직으로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역민이 입은 물적 심적 피해를 보상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책임이나 배상 회피는 촉발 지진처럼 자칫 지역민의 분노를 촉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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