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서비스

대구 갤러리 신라, 시대 앞선 '경계의 미술인' 곽인식 판화전
대구 갤러리 신라, 시대 앞선 '경계의 미술인' 곽인식 판화전
  • 곽성일 기자
  • 승인 2019년 10월 09일 21시 4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31일까지…후기 대표작 판화시리즈 'Work 86' 포함 60여점 전시
매주 목요일 오후 4~5시 판화작품 설명회
곽인식 ‘5 color etchings(Blue)’
대구 갤러리 신라에서 10일부터 31일까지 곽인식 판화전을 개최한다.

시대를 앞서, 물성(物性)에 대한 본질적 탐구와 조형요소의 근원성을 탐구해 국·내외 미술계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는 곽인식 (Quac In Sik, 1919-1988)의 판화전을 갖는다.

그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가졌으며, 갤러리 신라에서는 2017년 곽인식 개인전과 2019년 ‘1979년 새로운 도전과 용기’라는 그룹전에서도 곽인식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바 있다.

유리, 황동, 돌, 점토 등의 다양한 물질(매체)를 활용한 초기의 실험적 작품에 이어,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후기의 평면 색점 회화작업으로의 이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표면과 관계 또는 표면에서 빚어진 양태를 지켜보고자 일련의 판화작업을 수행했다.

1977년 이후, 그는 여러 기법의 판화와 수묵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작품을 제작했다. 판화에서의 인쇄과정은 동판이나 석판 등의 물체가 매개됐다. 그에게 있어서 판화작업이나 수묵작업은 물체의 표면과의 관계를 단순히 종이의 표면으로 이행하고자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물체의 표면이 아닌, 물체’로서 표면을 받아들이고, 물체표면으로서 평면에 부가될 ‘시각현상’보다는 평면 물성에 나타날 ‘사상(事象)’을 보는 시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또 수묵 작품과 돌을 사용한 작품들 중에는 종이와 돌 표면에 구멍을 무수히 뚫는 작품과, 판과 종이를 접합시키면서 물질적 변용에 새로운 모양을 만드는 작업 등의 여러 작품에 있어서의 일관성은‘물성이 관여하는 형태를 물체 표면에 남기는 작업’이었다. 곽인식은 물체 전체의 삼차원적 구조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작업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의‘표면’에서 나타나는 두가지의 내포된 뜻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물체에 새겨지는 표시가 물체의 지각적 통일성을 개시한다고 할 때, 그것을 일종의 물체표출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체표면에 부가되는 표시가 화면을 형성하고 어떤 일루전을 나타낸다면, 그것은 일종의 회화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물체에 새김으로써 앞선 두 가지 뜻을 내포한 원을 그렸지만, 그 원은 종이 위에서 시각적 및 기호적인 형상으로 변용하게 되었다. 색채나 공간을 종이의 물성과 함께 복합시키고 화면 위에 일루전을 적극적으로 표출시킨 후기의 회화작업들은 곽인식 자신만의 작업 개념과 물체의 어법에 따라 매체 형식을 전환시킨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곽인식 ‘5 color etchings(Green)’
그러나 그의 후기 작업은 단순히 표면의 문제에 머물러 있지 않다. 모노에서 표면으로의 이행은 또다른 이행으로 이어지는데 모노에서, 표면으로란 방법론의 추이에 대해선 곽인식 작가자신도 이미 의식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당시 일본과 한국현대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평론가 조셉 러브는 곽인식의 표면작업에 대해 ‘묵(墨)과 (색채)色彩들의 초극’이라 평했다.

여기에서 초극은 먹과 색채라는 질료의 초극을 의미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러한 질료로 대표되는 물질적인 것의 초극을 의미하는 것이다. 먹과 색채가 물질적인 속성을 벗어나면서 빛으로의 치환을 의미하고 있는데 일정한 크기의 색점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색이 칠해졌다거나 원으로 표현됐다는 것보다 화면에서 떠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공간에 부유하고 있다. 크기나 부피를 지니지 않는 투명한 존재로서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한없는 가벼움의 세계야말로 빛으로 치환되어진 세계이며 색채이면서, 색채를 초극하는 세계야말로 빛의 세계다. 거기에는 먹도 색채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빛의 무리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표면이나 평면도 없다. 존재와 부재의 떨리는 긴장만이 차 있을 뿐이다. 오랜 물질과 존재와의 치열한 확인은 마침내 물질과 존재를 초극하게 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1970-80년대 제작한 판화 작품으로 구성되며, 후기 대표작인 색점 판화시리즈인 ‘Work 86’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보기 힘든 60여점의 주옥같은 판화작품들이다. 에칭과 석판화, 에쿼틴트, 드라이 포인트, 실크스크린 등의 다양한 판화기법으로 제작된 작품들을 통해 곽인식이 일생 동안 일관되게 추구했던 독특한 예술세계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기간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전시연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곽인식 판화작품 설명회가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작가 곽인식(1919-1988)은 대구(현풍)출생으로 일본 도쿄(東京) 일본미술학교에서 수학하고 일본에 정착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가 열리는 등 그의 작품과 작업세계가 아시아 동시대현대미술에 크게 영향을 미친 점이 재평가 받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양화(洋畵)를 주류로 하는 일본 미술계의 전통적 흐름에서 벗어나, 입체와 오브제 등 공간 전체에 걸친 다양한 실험을 하며 일본에서도 아방가르드적인 작품을 발표해왔다. 전통화지에 작은 타원형으로 단순화시킨 일정 형태의 맑고 투명한 색상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의 평면작업은 유동적이고 복합적인 구성으로 전개되는 동양적 신비감을 보여준다.

일본 독립미술협회전(1937), 일본이과회전(1949), 요미우리 앙데팡당전(1954), 신 에콜드 도쿄(1957) 창립회원으로 활동하며, ‘일본국제미술전(도쿄비엔날레)(1965)’, 동경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1968)’, 상파울로 비엔날레(1969),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작가전(1970)’과 파리한국현대회화전(1971)’, 국내에서는 1985년 대규모 회고전(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019년 탄생100주년 전이 개최됐다.
곽인식 ‘5 color etchings (Red)’
곽인식 ‘5 color etchings(Black)’
곽인식 ‘5 color etchings(Purple)’
곽성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