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배우 앞세운 A업체 이유 없이 정산비 미지급
대구지역 제휴업체·이용객 수억 원대 피해 '호소'

헬스와 목욕 등 자기관리시설와 제휴를 맺어 회원권을 판매하는 A업체가 ‘안정적’임을 강조하며 홈페이지에 제휴기관을 소개해놨다.A업체 홈페이지 캡쳐.
멤버십서비스로 전국 자기관리시장을 선도하겠다던 A업체가 제휴사들의 계약 대금을 정산하지 않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지역 제휴업체들은 최고 수천만 원의 정산 금액을 받지 못한 피해를 호소하며 차례로 회원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10∼30만 원대 멤버십회원권을 구매한 A업체 회원들 역시 주변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A업체의 정산이 미뤄지면서 지역 내 약 200개 제휴업체와 이용자들이 입은 직·간접적 피해액만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업체는 이용횟수(PASS·제휴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단위)와 기간을 정해놓고 저렴한 가격에 헬스, 목욕, 뷰티, 안마 등 자기관리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을 판매한다. 일반 회원의 경우 1만9500원을 결제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5PASS를 받고, 11만1000원을 결제하면 3개월 동안 30PASS, 35만 원이면 1년 동안 100PASS가 제공된다. 일정 금액을 A업체에 거치시키면 100∼410PASS를 무료로 제공하는 투자 상품도 내놨다.

특히 A업체는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제휴를 맺은 기관과 기업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경찰청부터 대법원, 근로복지공단 등 공공기관과 SK, LG, 롯데,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이 A업체와 제휴를 맺었고, 제휴기관직원들은 회원권을 일반이용자보다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초 A업체가 제휴업체들에 PASS당 대금 정산을 지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업체가 늘었고, 회원들의 입장을 제한하는 업체가 증가하면서 구매한 PASS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동구 한 목욕시설 B업체는 지난 2015년 5월 8일부터 A업체와 제휴 계약을 맺고, 매달 10일에 1PASS당 4000원의 대금을 정산받기로 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산에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 3월부터 대금 정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 금액이 1500만 원에 이르렀다.

B업체 관계자는 “피해 금액이 점차 커지면서 결국, 지난달 16일부터 A업체 회원들의 입장을 제한하기로 했다”며 “문제는 A업체가 그동안 정산하지 못한 금액에 대한 처리방식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와 같은 피해를 본 다른 업체에서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 업체들이 다 함께 모여 대응에 나서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A업체가 지난 2일 게시한 안내문에는 서비스 운영상 문제를 언급하며 제휴시설 이용여부를 회원들에게 확인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A업체 홈페이지 캡쳐
A업체로부터 멤버십을 구매한 제휴기관 공무원부터 시민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정산을 받지 못한 제휴시설들이 차례로 A업체 멤버십 회원들의 이용을 제한하면서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경찰 내부전산망에도 A업체 피해 사례가 잇따라 올라왔고, 회원권 재구매를 자제하라는 공지까지 뜬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계자는 “헬스나 사우나 시설은 형사과와 같이 일선에서 활동하는 경찰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로, A업체 이용자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구매한 PASS가 70개 정도 남은 경찰도 있는데, 경찰 개개인의 피해 금액이 많지 않아 누군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전국적으로 따지면 경찰들의 피해 금액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 C씨(32)도 지난 5월 일 년 치 회원권을 구매했지만, 절반도 사용하지 못했다. C씨는 “A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유명배우가 모델이다”며 “인지도와 몸값이 높은 배우를 고용해 광고하는 회사가 이런 사태를 유발할 것이라고 짐작도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인터넷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계속 올라와서 환불하려고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일대일 문의를 남기니까 지금까지 사용한 PASS 금액을 보내주면 환불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업체들도 정산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뭘 믿고 돈을 보낼 수 있겠나”며 고 울분을 터트렸다.

A업체는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다. 서비스 운영상의 문제로 일부 제휴시설은 원활한 이용이 어려울 수 있어 시설 방문 전 이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제휴업체들이 정산을 받지 못해 차례로 A업체 멤버십 회원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등 주변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없어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신라 여인협 변호사는 “정확한 약관을 봐야 알겠지만, 제휴업체들이 정산을 받지 못한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채무불이행은 확실한 것 같다”며 “피해가 확산하는 데도 정확한 공지를 올리지 않고, 회원권을 계속 판매한다면 사기 범죄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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