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555.6㎜ 장대비…강 폭보다 둔치가 넓은 남대천
밀려든 수량 감당 못하고 역류…골프장 토사에 인근 하천 범람
동해선 철도도 원인 지목돼

울진 골프장 조성 공사 현장 입구가 산 정상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로 엉망이 됐다.
태풍 ‘미탁’으로 대량 수재민이 발생한 울진에서 눈덩이 피해 원인을 두고 무분별한 하천과 산림 개발이 화를 키웠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울진은 태풍의 영향권에 든 1일부터 3일까지 555.6㎜의 장대비를 뿌리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태풍 피해 주민들은 주민 편의를 위한다며 조성한 하천 둔치 공원과 농경지 전용을 위한 하천점용을 비롯해 산을 깎아 조성한 골프장, 철도 등이 피해를 증가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진읍을 가로지르는 남대천은 하류 양쪽에 차량 주차장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강폭보다 둔치가 넓게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류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이 하류로 집중될 경우 밀려드는 수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인근 소하천에서 합류하는 물은 역류할 수밖에 없었다.

산을 파헤쳐 만든 골프장 역시 이번 태풍에 직격탄을 맞았다.
울진 왕피천 하류 고수부지에 조성된 수변 공원이 밀려 내려온 물로 만신창이가 됐다.
산 정상에서부터 빗물에 씻겨 밀려 내려오는 대량의 토사는 고스란히 하류지 하천으로 밀려들었고, 이로 인해 하천은 흙더미에 막혀 급격히 수위가 올라가 범람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동해선 철도 현장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도 문제가 됐다.

철도 공사 공정상 대부분 산을 뚫는 터널과 교량으로 설계되면서 중장비 이동을 위한 운반로 개설로 인해 상당한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다.

훼손된 산림은 완공될 때까지 별다른 조치 없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말 그대로 ‘민둥산’의 모양새를 띄고 있다.

이처럼 헐벗겨진 산에 많은 양의 비가 갑자기 내린다면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는 예견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100년 만에 폭우가 짧은 시간 내에 내리면서 막대한 피해를 줬지만, 대부분 미비한 공사 현장 대비와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토목공학 전문가는 “하천의 가장 큰 목적은 홍수 시 수위조절”이라면서 “하류에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각종 시설물이 많으면 갑자기 범람하거나 제방이 터지는 등의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소 기자
김형소 기자 khs@kyongbuk.com

울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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