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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흔들리는 한국의 4강 외교
[아침광장] 흔들리는 한국의 4강 외교
  •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 승인 2019년 10월 13일 16시 3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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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지역의 외교·안보 환경이 크게 변동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점화되고 있는 트럼프 정권의 일방주의적 외교,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한반도 영향력 확보 경쟁, 역내 국가들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안보 포플리즘 등과 같은 요소들은 동북아지역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일리노이대 지리학과 교수인 콜린 프린트(Colin Flint)에 의하면, 지정학(geopolitics)이란 지정학 행위자와 그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이며, ‘정치’와 ‘공간’의 밀접한 연계를 통해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접근으로 영토전략의 실행과 표상, 영토 장악을 위한 경쟁과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수단, 상황 구속적 지식의 확인 등과 같은 개념적 분석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측불허의 공간인 동북아지역의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이 중시하고 있는 미·중·일·러의 4강 외교는 우리 외교의 기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4강 외교는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한국의 외교가 그동안 한반도 주변의 4강 외교 중심에서 벗어나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인도, 아프리카 국가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외교적 갈등과 고립되지 않도록 전통적인 4강 외교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때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근 3년간 4강 주재 한국 대사관이 외교부에 보고한 외교전문(電文) 건수가 전체 8%, 1780건으로 감소한 것과 외교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의 불화설은 한국 외교의 현재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어느덧 분기점을 지났지만,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는 점수 매기기 힘들 정도로 결과가 좋지 않다. 남북관계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지나치게 끌려다니다 비핵화에 관련하여 아무런 해답을 받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흔들리는 한미동맹, 미적지근한 한러·한중관계, 최악의 한일관계로 요약할 수 있는 4강 외교는 원점부터 재점검하여 새롭게 정비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이다.

한국의 4강 외교가 격량에 휩싸이게 된 직접적 이유는 일본의 도발이다. 아베 정권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 제기를 넘어서 국제분업 질서에 반하는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를 자행했다. 이에 대응하여 서울은 도쿄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일본을 사실상 한국의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도록 전략물자 수출입고지를 개정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중단을 아베 정부에 통보하면서 한일관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의 로드맵을 둘러싼 문재인과 트럼프 정권의 접근 방식의 차이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동맹 문제도 비용적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전통적인 우방 및 혈맹의 가치를 폄훼해온 ‘트럼프식 동맹관’은 한미동맹의 예측불허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탱해 온 버팀목인 한미연합훈련을 ‘터무니없이 돈이 많이 든다’고 혹평한 것과 이수혁 주미 대사 내정자가 내정 두 달여 만에 미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을 받았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 문제에서 이해를 달리한 것을 제외하면 1992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의 한중관계는 대체로 원만하고 호혜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을 주창하면서 한중관계는 크고 작은 굴곡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국제법, 지적재산권 등 글로벌 규범을 외면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식 패권주의 야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반중 홍콩시위 사태,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과 영해 마찰 등은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 보편 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고, 사드 이슈가 터졌을 때 한국을 상대로 수입 및 관광 제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욱이 한중경계협정을 둘러싸고 이어도 관할권 문제와 현재진행형인 동북공정을 통한 고구려사 편입시도 또한 한중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난해 한러 양국 간 교역액이 전년 대비 31% 증가한 259억 달러에 이르고 인적교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사상 최대규모인 70만 명을 기록했다. 한러 수교 30주년이 되는 2020년을 맞이하여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평화적·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제시하면서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동방경제포럼에서 밝히고 있듯이 북·중·러, 러일, 러·인도 간의 교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중·러의 밀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했으며, 이 가운데 러시아 군용기 한 대가 독도 인근 영해에 2차례 침입한 사건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틈새를 벌리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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