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경주 아당지에서 ‘화백·광개토 연합 시낭독&토크, 울음이라는 현’ 행사를 열리고 있다.

경주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이 경주에서 연합 시낭송회를 열어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했다.

이들 시인은 12일 오후 4시 경주 아당지에서 ‘화백·광개토 연합 시낭독&토크, 울음이라는 현’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경주 화백에는 강미정, 이령, 전다형, 전인식, 정하해, 조기현, 최정란 시인과 배문경 수필가, 서울 광개토에는 김정수, 손종수, 오민석, 이호준, 전영관, 정한용, 조현석, 황정산 시인 등이 참석했다.

오민석 시인은 아내를 그리는 ‘다시, 그리운 그대’를 낭독했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드리아海의 바다 오르간을 함께 연주해도 좋겠네 그러면 코발트색 물결이 어깨를 출렁이리 이 가을, 빛나는 돌길 좁은 골목을 함께 걷다가 호박빛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즈음 천천히 항구로 내려가도 좋겠네 거기 선창의 푸른 갈매기들과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호텔 두브로브니크로 돌아와 지난 세월의 아픔을 이야기해도 좋겠네 다시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카페 마담 마리로 가서 붉은 맥주를 기다리겠네 거기 19세기의 등 아래 다시 서겠네 밤이 이슥해 지면 세상의 등을 다 끄고 폭설처럼 그 품 안으로 자꾸 쓰러지리 새벽 동틀 무렵 새로워진 바다를 바라보며 푸른 시가 연기를 내뿜어도 좋으리 우리 아픈 추억들 다 사라진다면 아픔도 추억이 된다면 아드리아 海岸에 가서 그 가슴의 고요한 풍금소리 다시 듣겠네”.
 

12일 오후 경주 아당지에서 ‘화백·광개토 연합 시낭독&토크, 울음이라는 현’ 행사를 열리고 있다.
12일 오후 경주 아당지에서 ‘화백·광개토 연합 시낭독&토크, 울음이라는 현’ 행사를 열리고 있다.

강미정 시인은 ‘울음이라는 현’이라는 시 낭독으로 남자들의 힘든 삶의 순간을 노래했다.

“혼자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등을 본다 담배 연기로 뿌예진 등 안쪽에는 그가 써먹지 않는 울음이라는 현이 떨고 있을까 혼자 담배를 피우며 허공을 볼 때마다 가장 낮은 음으로 침묵처럼 떨고 있을 그의 울음이라는 현, 요즘은 소리 내어 펑펑 울 곳도 없지? 말하면 노래방 갈래? 웃는다 목이 쉬도록 부르는 그의 노래는 울지 않는 울음, 울부짖는 자신을 크게 외칠 곳도 없어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 곳도 없어 내 현을 떨면서 그의 목을 안고 등을 안으면 등만 보여주며 살았던 삶에게 미안해지고 따뜻하구나 내 무게를 다 안아주는 그의 다리는 늘 후들거렸을 것인데 낮은 숨소리와 안주도 없이 혼자 마신 가벼운 술 냄새와 끝없이 끝을 보고 앉아 등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울 줄 모르는 울음이라는 현이 떨고 있는 등의 안쪽”.

이 밖에 정한용 ‘사랑의 기록’, 손종수 ‘엄마, 반가사유상’ 시와 배문경 ‘목리’ 수필 낭독이 이어졌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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