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한 장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앉았다. 환한
자리에 발을 담가본다. 손을 적셔본다. 따뜻하다. 오래 보
고 있으니 조금씩 기운다. 네게로 향하는 정직한 마음처럼
옮겨 간다. 지금껏 네 주변으로 다가간 몸의 열기 마음의
빛, 그렇게 살아있다. 네모거나 둥글거나 쉬지 않고 움직이
고 있다. 너 아닌 존재의 그늘에 떠오른 눈빛 하나, 너 아
닌 존재의 그늘까지 쓰다듬는 심장 하나, 안 보이던 것이
선명할 때는 모든 길이 너를 향해 열린다.




<감상> 햇살은 물과 같이 그 모양대로 비춘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손을 적시듯, 그 온기가 전해온다. 햇살은 시간이 지나면, 계절이 바뀌면 기울기가 다르다. 하지일 때는 기울기가 낮고 동지일 때는 기울기가 높다. 네게로 가는 마음처럼 그림자의 기울기가 정직하고,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너 아닌 사물들이 모두 너로 보이기 때문에, 너와 연(緣)이 닿아 있기에 눈빛은 따스하고 심장은 쿵쾅거린다. 길이 보이지 않던 갯벌도 썰물이 빠져 나가면 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 길이 너를 향해 열려 있고, 나를 끌어당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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