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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아비를 꾸준히 교화시켜
[아침광장] 아비를 꾸준히 교화시켜
  • 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 승인 2019년 10월 15일 16시 3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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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중국 고대의 성군 순(舜)임금과 그 아비 고수(瞽瞍)와의 일화는 유명합니다. 못난 아비와 잘난 아들의 전형입니다. 어진 아들 순은 아비가 작은 매를 들면 순하게 맞아주다가도 큰 매를 들어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울 지경이 되면 얼른 도망을 갑니다. 아들을 죽인 아비를 만드는 것은 큰 불효이니까요. 그렇게 착한 아들을 탐욕에 눈이 먼 아버지는 끊임없이 사지(死地)로 몰아넣습니다. 첫 아내를 잃은 고수(중국말로 소경을 뜻합니다)는 후처를 얻고 그 사이에서 아들을 또 낳습니다. 계모와 고수는 전처 자식 순을 제거해서 자신들의 아들에게 순의 재산이 물려지기를 바랍니다. 창고를 고치라고 해서 지붕에 순이 올라가면 아래서 불을 지르기도 하고, 우물을 손보라고 한 후 순이 내려간 사이에 위에서 우물을 봉(封)해 생매장하려고도 합니다. 그때마다 현명한 요임금의 두 딸들이 그를 살려내지요. 요임금은 순을 자기 후계자로 생각해서 미리 재주꾼 두 딸을 그에게 시집보낸 상태였습니다. 위기 때마다 공주 아내들이 부마 남편을 구해냅니다. 그런데, 순임금은 그런 어버이와 동생을 끝내 벌주지 않고 교화시킵니다. 그 교화가 천하가 그에게 순종하게 되는 계기를 만듭니다. 치자(治者)의 윤리를 이야기할 때 자주 회자(膾炙)되는 고사입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천하 사람들이 크게 좋아하면서 장차 자신에게 돌아오려 하였는데, 천하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옴을 보기를 초개(草芥)와 같이 여기신 것은 오직 순임금이 그러하셨다. 어버이에게 기쁨을 얻지 못하면 사람이 될 수 없고, 어버이를 (도(道)에) 순(順)하게 하지 못하면 자식이 될 수 없다고 여기셨다.(...) 순임금이 어버이 섬기는 도리를 다함에 고수가 기쁨을 이루었으니, 고수가 기쁨을 이룸에 천하가 교화되었으며, 고수가 기쁨을 이룸에 천하의 부자간(父子間)이 된 자들이 안정되었으니, 이것을 일러 대효(大孝)라 하는 것이다(孟子曰 天下大悅而將歸己 視天下悅而歸己 猶草芥也 惟舜爲然 不得乎親 不可以爲人 不順乎親 不可以爲子.(...) 舜盡事親之道而瞽瞍底豫 瞽瞍底豫而天下化 瞽瞍底豫而天下之爲父子者定 此之謂大孝).”[성백효 역주, 『맹자』, 이루장구상]

천하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초개와 같이 여기고, 오직 어버이의 친애(親愛)와 순응(順應)을 중하게 여긴 순임금의 효행을 설명한 부분입니다. ‘사람이 된다’라는 것과 ‘자식이 된다’라는 것의 내포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부모를 기쁘게 하면 일단 사람의 노릇을 다 하는 것이지만, 부모가 도에 순하게 해야만 진정한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식 된 도리’ 중에 어버이를 깨우쳐서 도(道)에 순한 삶을 영위케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아마 최초로 가르친 이가 맹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치자(治者)의 제일 덕목이라고 강조한 것도 역시 맹자였습니다. ‘대효(大孝)’는 그런 자식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이 효도에서 탄생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합니다.

요나 순임금과 같은 현명한 군주가 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백성 된 자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입니다. 그야말로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군주가 하늘에서 툭하고 그냥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道에 順하지 못한) 태도인 것 같습니다. 각기 집집마다, 순임금이 그랬던 것처럼, 눈 먼 아비들을 교화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효(大孝)가 꼭 순임금과 같은 타고난 현인(賢人)들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의 우리나라에서처럼 민주사회의 깨어있는 시민 노릇에 충실하려면 반드시 그리해야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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