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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 폐해와 대응 필요성 일깨운 설리의 비극
'악성 댓글' 폐해와 대응 필요성 일깨운 설리의 비극
  • 연합
  • 승인 2019년 10월 15일 16시 3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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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망 원인이 최종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고인의 심경을 담은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은 고인이 평소 우울증세를 보였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악성 댓글(악플)과 루머에 시달려 한동안 연예계 활동을 쉬기도 한 설리는 올해 들어 가수, 방송 진행자, 연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해오던 중이어서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꽃다운 나이의 유명 연예인이 갑자기 세상을 등진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지만, 설리가 지난 2014년 악플과 악성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한 경험과 죽음의 연관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가 죽음을 초래했을 것이란 추정과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외신도 설리 사망을 긴급 뉴스로 다루며 고인이 ‘끔찍한 온라인상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역 배우로 출발해 만능 엔터테이너로 사랑받은 설리는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한 뒤 이듬해 8월 걸그룹 에프엑스에서 탈퇴했다. 지난해 10월엔 단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탈퇴 과정을 설명하며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고백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힘들다고 해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고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며 여성의 ‘노브라 권리’를 주장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 과정에서 악의적인 인터넷 댓글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설리는 사망 직전까지 스타들이 나와 악플에 대한 속마음을 밝히는 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피하지 않고 악플에 정면으로 맞서며 극복하려고 마지막까지 애를 쓴 것으로 보여 더욱더 안타까움을 준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인터넷상 악성 공격들이 설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게 만든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악플과 죽음의 상관관계에서 사안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최진실과 가수 유니 등도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바 있다. 설리의 경우 우울감에만 빠져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던 중에 삶을 마감해 악플의 위험성을 거듭 드러냈다. 설리의 사망이 알려지자 온라인 세계도 충격에 휩싸였고 악플 문화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악플을 단 사람들이 살인자’, ‘악플금지법을 만들자’라는 글들이 게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악플에 대한 법 강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온라인 글 올리기에 대응하는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맞물린 사안이라서 현실적으로 해결책 모색이 쉽지 않다. 좋은 글, 긍정적인 글만 올리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심하게 악의적인 글이나 허위조작 정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당국의 규제 개념보다는 자정 분위기로 가야 한다는 제언이 적지 않다. 인터넷포털, 언론사 사이트,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악플 문제를 공론화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대로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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