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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벽
[아침시단] 벽
  • 금란
  • 승인 2019년 10월 16일 17시 3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7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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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자의 등을 민다
등에 마른 별자리들이 흩어져 있다
오그라든 등
조금씩 소멸해 가는 여자의 그림자를 독해한다
등에 업혀 있는 것들은 세밀화처럼 정직하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
또는 타로 카드
별점 치듯 긴 세월을 더듬다
일그러진 시간 저편으로 따라간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그늘에 밟힌 손
한때 뜨거웠던 꽃의 향기를 맡는다

<감상> 자신에게 등은 가장 멀지만, 다른 이에게 등은 가장 가깝다. 어깨와 등을 보면 그분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등은 정직하다. 등이 오그라들고 마른 별자리들이 흩어져 있다면 하늘의 별과 가깝다는 이야기다. 걸어서 별까지 갈 때가 가까웠다는 증거다. 타로카드로 별점 치듯 등의 세월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가장 가까이 있었다. 그분의 등에 내가 업혀 있었고, 삶의 그늘로 점철되어 있었다. 모두 등이 굽기 전의 일이다. 한때 꽃처럼 향기로웠으나 시드는 꽃잎이 되고 있다. 꽃잎은 말라가도 그 향기는 오래 남듯, 등의 온기도 오래 따뜻하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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