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장·연구위원

현재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다양하다. 국내 실물경제 위축, R(경기침체) 공포, 디플레이션 우려, 성장률 저하, 제조업생산 감소, 고용건전성 악화, 경상수지 악화뿐만 아니라 풀릴 듯 안 풀리는 미·중 무역분쟁, 깊은 골이 패이고 있는 한·일 갈등 등 긍정적인 신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9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으나 투자 부진과 같은 경제 활력 약화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패턴을 보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OECD의 경기 예측 지표인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12월부터 19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경기침체를 경고하고 있다. 경기침체(Recession)는 불황보다는 약하지만 한 나라의 경제 활동이 수 개월 간 현저히 위축되는 것을 말한다. 지금 상황은 실물경기 침체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과 소득이 감소하면서 그 불똥이 언제 부동산시장으로 튀어 모기지 부실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으로 불황의 여파가 미치면 주가가 하락하고 신용경색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고 이는 다시 실물경기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순환 고리를 만들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신흥국 평균 4.1%, 세계평균 3.2%, 선진국 평균 1.9%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침체를 언급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글로벌 산업생산이 크게 둔화되고 교역은 0.4%나 감소하였다. OECD는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1%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 원인을 국내시장보다는 미·중 무역분쟁, 중국경제 성장 둔화, 브렉시트, 금융 불안정성 등 대외적인 요인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독일, 영국, 미국, 중국 등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가 기준선 50 이하로 떨어져 우리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2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은 전분기대비 1.0%로 나타났으나 1분기의 0.4%에 대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법인세율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총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불안정성은 지역경제에도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 생산부문 위축은 경북지역 제조업의 노동공급과 자본투입 감소를 가져오고 있고, 소비둔화는 대구지역 서비스업 업황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2000년 들어서 최저치를 기록하였고, 물가와 통화조절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은 최근의 물가하락이 공급측면과 정부정책에 따른 것으로 수요 둔화에 따른 장기 물가하락인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가 둔화되고 수요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우리 지역은 이러한 물가하락 중에서도 소비자물가보다는 생활물가 변동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더 문제이다. 노동시장 역시 경제의 핵심축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는 감소하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대상인 20대와 50~60대의 비생산적 취업자는 크게 늘어 났다. 경북의 청년 고용률과 실업률은 높은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현저하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기술 수준 향상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유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고임금과 노동시장 경직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고임금과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국내기업과 해외진출기업 모두 경기회복을 밀어주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부진은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GM 부평2공장 폐쇄 가능성, 르노삼성의 구조조정, 닛산의 한국시장 철수 등 위협요인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지역의 마지막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산업의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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