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 대비 대통합 절실…'朴 탄핵' 이견에 진통 불가피
劉 "황교안 만날 용의 있어"…黃 "필요하면 만나서 대화"

황교안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
황교안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우파 통합’과 관련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두 달 넘도록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사태’가 보수 결집(광화문 집회)의 성과로 일단락됐다고 판단하는 한국당으로서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총선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보수 대통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황 대표는 전날(15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특강에서 “총선 전에는 보수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수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치러진 20번의 총선에서 보수 우파 정당들이 15번 이겼다”며 “20대 총선에서 보수는 분열해서 졌지만 이기는 방법은 결국 뭉치면 된다. 한국당이 살 길은 통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다만 보수통합 추진 상황이 공개되면 당 안팎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어 지금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가 보수 통합 의지를 밝히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의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 행동” 대표를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 역시 16일 ”날만 잡히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며 통합 논의에 대한 공을 황 대표에게 넘겼다.

이날 오후 당 대표경제정책 ‘민부론’(民富論)을 홍보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만날 수 있다”며 유 의원과의 만남에 여지를 남겼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 총체적 난국을 보면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유 우파, 자유 민주세력들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 뭉쳐야 한다. 대화가 필요하면 대화를 해야 하고 만남이 필요하면 만날 수 있다”며 “모든 노력을 다해 우리 자유 우파가 함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유 의원과의 만남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요구하자 “앞서 말한 것으로 대체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또 대구 수성갑 등 일부 지역의 내년 총선 ‘낙하산 공천설’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에는 낙하산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조국 사태’을 거치며 ‘보수우파 통합’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논의 분위기도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보수우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탄핵 찬성파인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끌어안아야 하지만 당내 친박계 다수가 반발하고 있고, 특히, 한국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경북·대구지역 민심이 과연 이를 용인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의혹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을 무리하게 임명하면서 국론을 분열시킨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점차 확산되면서 자칫 당 지도부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우리공화당은 이날 박시원 대변인 논평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보수통합 논의는 탄핵역적 김무성·유승민에 대한 정치적 심판 없이는 우파 국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문재인 정권 퇴진 투쟁과 박근혜 대통령 구출운동, 그리고 김무성·유승민을 비롯한 탄핵 역적 62인에 대한 정계 퇴출 등을 촉구했다.

이처럼 당 내부는 물론 지역 민심과 극우파로 불리는 ‘태극기 부대’까지 ‘보수우파 통합’을 둘러싸고 이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황 대표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제대로 된 성과를 이끌어 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기동, 전재용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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