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몹시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프다, 는 말보다
몹시, 라는 말이 더 아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몹시의 발원지
몹에서 입을 꽉 다물고
시에서 겨우 입술을 뗍니다
그날부터 나의 시는 몹시가 되었습니다

걸어서 지구 열 바퀴를 돌면
달까지, 당신의 뒷면까지 가닿을 수 있을까요

얼굴이 몹시 어둡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감상> ‘몹시’라는 말을 발음하면 아린 아픔이 터져 나온다. ‘더할 수 없이 심하게’라는 뜻을 가진 ‘몹시’라는 말은 간절함이 배여 있기 때문이다. 아프다는 말보다 훨씬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이미 충분히 아파 왔기에 ‘몹시’라는 말이 더 아프다. 초성과 종성이 모두 입술소리인 ‘몹’에서 입을 꽉 다물 수밖에 없고,‘시’에서 겨우 입술만 떼어진다. 그대를 향한 나의 시는 모두 ‘몹시’에서 비롯되었고, 당신의 뒷면까지 가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뒷면은 보이지 않는 크레이터들, 눈물과 상처들로 그득하다. 그대의 어두운 상처까지 나는 몹시 그리워하게 되었으니 이를 어찌할거나.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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