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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돌 보기를 황금 같이 하라
[아침광장] 돌 보기를 황금 같이 하라
  •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 승인 2019년 10월 17일 17시 28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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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낯 뜨거운 순간이었다. 포항에 애정을 가진 만큼 누군가 다른 이로부터 포항의 미진한 점을 지적받으면 얼굴이 달아오른다.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그들의 말이 틀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암각화학회가 주관한 학술대회에서의 일이다.

올해로 포항 칠포리 암각화군이 발견된 지 30주년이다. 포항문화재단은 30년 만에 암각화 전시회를 기획하였고 전시 마지막 날 기념학술대회가 포항에서 열렸다. 암각화의 고수들이 포항에 모인 것이다. ‘영일만의 선사문화와 암각화’라는 주제에 맞게 포항 기계면 인비리와 흥해읍 칠포리 등에 산재한 암각화에 대한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자리가 되었다. 마제석검의 손잡이를 본떠 그린 검파형 암각화라든지, 하늘의 별자리와 연결되는 윷판 모양의 암각화는 다른 곳과 차별되는 우리 영일만 지역에서 발견되는 암각화의 특징이라는 것도 강의를 통해 알게 되었다.

비록 가지긴 했지만 가진 것의 소중함도 모르는 우리의 무지를 지적받은 것은 종합토론 시간이었다. 강연자와 패널 등 13명의 학자들은 해외 사례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울산의 암각화와 비교해서 영일만 암각화에 대한 낮은 인식을 탓하고 있었다.

1970년 최초로 발견되어 국내 암각화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한 울주 천전리 암각화는 국보 147호로 지정되었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반구대암각화 또한 국보 285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울산에는 울산암각화박물관도 건립되었을 뿐 아니라 울산의 암각화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도 등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포항은? 포항에 암각화가 있다는 사실이라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뿐만아니라 포항은 선사시대 고인돌도 여러 곳에 있다. 특히 기계면 성계리에는 대형 고인돌까지 있어서 ‘고인돌의 성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이번에는 돌로 만들어진 비석 이야기이다.

2009년 흥해 중성리에서 신라시대 비석이 발견되었다. 쓸 만한 편평한 돌을 주워와 마당에 두었던 것이 비를 맞고 난 후 돌에 쓰여진 글자가 보여서 비석임을 알게 되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비가 포항에서 발견된 것이다. 후에 국보 318호로 지정되었지만 비석은 바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옮겨져 갔다. 포항에는 중성리 신라비 외에도 국보로 지정된 신라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냉수리 신라비로 국보 264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신광면사무소 앞마당 전각 안에 보호되어 있다. 석조물의 보존에 문외한인 필자로선 보존이 잘되고 있는 건지 미심쩍을 따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신라비로 울진봉평신라비의 대접과 비교하면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두 개의 신라비가 발견되기 이전만 해도 1988년에 울진에서 발견된 봉평리 신라비가 가장 오래된 비석이었다. 역시 국보 242호로 지정된 울진 봉평리 신라비도 전각에 보호되어 오다가 2011년 울진봉평신라비 전시관이 개관됨에 따라 이전 보존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울진봉평신라비 전시관은 광개토대왕비, 진흥왕 순수비 등 우리나라 대표 비석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그야말로 최대의 비석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포항 신광면 냉수리 신라비와 흥해읍 중성리 신라비도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학술대회 종합토론에서, 포항은 가진 유산도 제대로 활용 못 하는, 박물관 하나 없는 미개한 도시로 취급받으며 분노하고 있을 때, 객석에 있던 한 문화해설사의 제안이 신선했다. 돌 문화박물관을 건립하자는 것이다. 현학적인 태도로 비꼬는 듯한 말투의 학자들보다 훨씬 지역문화에 애정을 가진 신선함이 있었다. 울산에 비해 늦게 눈을 뜨게 된 암각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이 산재한 고인돌로 대표되는 선사시대 문물, 그리고 국보로 지정된 두 개의 신라비까지 있지 않은가. 그것도 가장 오래된. 지역 역사박물관 건립이 더욱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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