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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새들의 무렵 같은
[아침시단] 새들의 무렵 같은
  • 정윤천
  • 승인 2019년 10월 20일 16시 4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1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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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치의 기차를 다 흘려보낸 역장이 역 앞의 슈퍼에
서 자일리톨 껌 한 통을 권총 대신 사 들고 석양의 사
무실 쪽으로 장고나 튜니티처럼 돌아가는 동안과

세간의 계급장들을 떼어 부리에 물고 새들이 해안 쪽
으로 날아가는 무렵과

이 무소불위의 전제주의와 (체제에 맞추어 불을 켜기
시작하는) 카페와 술집과 소금구이 맛집들과 무얼 마실
래?와 딱 한 병씩만 더 하자와 이 인분 추가와

헤아려 보거나와 잊어버리자와.

<감상> 하루치를 다 흘려보내면 무렵, 시간의 경계가 찾아온다. 서부영화의 주인공처럼 석양의 사무실로 가는 역장이나, 세간의 계급장을 떼고 해안으로 날아가는 새나 하루치의 모습이지만 인생 전체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생의 어느 즈음에는 지위가 높으나 낮으나, 재산이 많으나 적으나, 배움이 많으나 적으나 별만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세간에는 완장 차고 신을 믿으면서 남을 군림하려는 이들이 득실거린다. 정말 계급장 떼고 맛집에서 둥글게 앉아 허물없이 술 기울이고 어깨동무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없나. 세상의 모든 길은 집으로 향해 있듯, 모두 죽음으로 향해 있다. 서로 헤아려 주며 상처는 잊어버리자고 위로할 수 없나.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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