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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후에도 쪼개진 광장…정치가 작동할 시간
조국 사퇴후에도 쪼개진 광장…정치가 작동할 시간
  • 연합
  • 승인 2019년 10월 20일 16시 2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10월 21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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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여의도와 서초동, 그리고 광화문 거리에서는 또다시 집회가 열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일단락될 듯하던 ‘광장 정치’가 바야흐로 다른 구호와 목표를 내걸고 시즌 2 형식으로 막을 올린 셈이다. 조국 진퇴를 둘러싼 첨예했던 1단계 진영대결의 불똥은 검찰개혁 입법의 핵심이자 ‘뜨거운 감자’인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라는 이름의 전선으로 빠르게 옮겨붙고 있다. 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광장의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합심해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쪼개진 광장을 접합하기에는 광장의 에너지가 불완전 연소상태인 것 같다. 주말 광장에서 터져 나온 구호와 외침을 들어보면 양 진영 모두 앞으로 더 가야 할 길과 이뤄내야 할 목표를 뚜렷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눈을 돌려 검찰개혁법안의 국회 입법스케줄을 보면 양쪽으로 나뉜 광장의 외침은 당분간 사그라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29일부터는 패스트트랙에 실린 검찰개혁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시간이 도래한다. 여야 제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공수처 신설 자체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이 상정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광장의 열기는 되레 더 뜨겁게 달궈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청사가 있는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주말 집회의 장소를 옮긴 진보진영 본대가 입법기관의 턱밑에서 공수처법의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고 나선 것도 그 전조로 볼 수 있다. 조국진퇴 문제에서 결과론적으로 밀린 진보진영이 더는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검찰개혁의 화룡점정으로 여기는 공수처법 입법이어서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중요한데 ‘공수처 설치반대’에서 요지부동이다. 한국당은 공수처법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사를 벌였다 접었다 할 수 있고, 기왕의 검찰 위에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춘 옥상옥 조직을 얹는 것이라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주말 광화문 집회에서 조국퇴진 구호가 사라진 자리에 ‘공수처법 반대’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은 이런 연장선에 있다. 한국당이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과 대규모 장외투쟁 사이에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원외투쟁 카드를 공수처법 입법 저지에 최대한 활용할 개연성은 더욱 커졌다.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 전략까지 염두에 둔다면 한국당은 공수처 입법 문제를 ‘다목적용 카드’로 계속 움켜쥐고 갈 것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범여권이 망가진 여의도 정치를 제대로 작동시켜야 하는 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한국당을 설득해서 원내에서 모든 문제를 용광로처럼 녹여 해결할 수 있는 협상력과 갈등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왔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요구에 일부를 내어주더라도 자신들의 개혁 입법을 살려 나갈 수 있는 지혜와 결기가 필요해 보인다.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도 여야 정당 대표들을 다자형식이든, 일대일 형식이든 만나서 꽉 막힌 국정 현안에 숨통을 열어주는 초당적 행보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한국당도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과 영향력에 걸맞은 유연하고 협조적인 의회활동에 진력해야 한다. 지금 광장의 외침은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되 납세자들에게 밥값을 제대로 못 하는 국정 플레이어들에게 내리는 국민의 죽비소리일지도 모른다. 여의도가 깨어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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