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수출규제 맞교환 등 양국 절충점 마련에 관심 집중
강제 징용 문제 등 난제 여전…"급진전 어렵다" 신중론도 제기

오는 24일로 예정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을 계기로 다음 달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 관심이 쏠린다.

다음 달에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태국, 10월 31일∼11월 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칠레, 11월 16∼17일) 등 다자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런 다자회의에 양 정상이 참석할 경우 자연스럽게 한일 정상이 머리를 맞대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는 데다, 이번 이 총리의 면담이 한일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의 태도 변화 시그널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상황 급진전을 낙관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내달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에서 일본의 변화 가능성을 얼마나 확인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9일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까지 거론할 시점인지 모르겠다”며 “현재로선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면담이 가장 중요하며, 그 후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고 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일본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지난 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리는 대화를 항상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기회를 닫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언급하는 등 전과 비교해 ‘유화 제스처’를 보인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23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일 양국 모두 그 이전에 열리는 다자회담 등을 계기로 해법 모색에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하는 대신 일본의 수출규제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등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원상회복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마련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일본에 전달할지, 또 아베 총리는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 면담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 혹은 구두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한일 정상 모두 문제해결에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극적으로 11월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는 아직 정상회담을 거론할 단계가 되지는 않았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아베 총리가 최근 대화를 언급하고는 있으나, 수출규제 조치 자체에 대해서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이번 사태의 근저에는 강제징용 해법을 비롯한 한일 양국의 역사문제 등 여러 난제가 엉켜있어 해법 찾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도 한국 고위급 인사가 방일한다는 점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이 출구전략을 고려한다는 시그널을 명확히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 방일로 단숨에 큰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시작한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꾸준히 양국의 거리를 좁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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